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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4월 5일] 북한 나무심기

입력
2014.04.0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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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ㆍ장년층이 어린 시절 이맘때면 늘 불렀던 노래가 1954년 발표된 '벌거벗은 붉은 산에 메아리가 살게시리 나무를 심자'란 내용의 다. 어린 학생들에겐 '벌거벗은 붉은 산'이란 말이 낯설겠지만, 1960~70년대만 해도 국내에는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이 적지 않았다. 그러다 산림녹화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식목일을 즈음해선 민관을 가리지 않고 산이나 들로 나가 나무를 심었다. 그 결과 지금처럼 제법 푸른 산의 모습을 갖춘 것이다.

■ 식목일은 임금이 농업 장려를 위해 경작 시범을 보이는 친경제(親耕祭)에서 유래됐다. 1493년 이날 조선 성종은 세자와 함께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밭을 일궜고, 순종도 1910년 이날 직접 나무를 심고 밭을 갈았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일왕 히로히토의 생일과 겹친다며 식목 행사일을 4월 3일로 바꿨지만, 해방 이후인 1946년 미 군정청이 5일로 환원했다. 식목일은 국가기념일 및 공휴일로 유지되다 2005년 공휴일에서 제외돼 오늘에 이른다.

■ 민관의 노력으로 남녘의 산들은 푸른색을 띠게 되었지만 북녘은 여전히 벌거숭이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휴전선을 넘어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통해 평양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 때 차창 밖의 산들이 대부분 붉은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북한 산림 중 32%인 284만㏊가 황폐해 있다고 한다. 북한이 식량 증산을 위해 산지를 계단밭으로 만들면서 식수나 육림에는 신경을 쓰지 못한 탓이다.

■ 북한도 2023년까지 65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최근 밝혔다. 하지만 경제난을 감안하면 조림이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마침 국제적십자연맹이 64만여 그루의 묘목을 지원했고, 개성공단입주기업 등도 개성에 7,000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북한에 대한 묘목 지원은 정치ㆍ군사적 이슈와는 상관이 없다. 오히려 환경 분야 협력을 통해 긴장 완화를 도모할 수도 있다. 북한의 황폐한 산림은 우리에게 환경적으로 이로울 게 없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염영남 논설위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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