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처한 동부그룹이 약속한 구조조정을 5개월째 주저하자 채권단이 단단히 뿔났다. 금융당국도 수차례 동부그룹의 자구계획 이행을 촉구하고 있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입지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동부그룹이 주력 계열사 매각을 계속 지연할 경우 추가지원 중단은 물론 대출금 회수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실상 동부그룹에 구조조정 약속을 이행하라는 최후통첩인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김 회장이 오너십에 집착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구조조정을 미루는 것은 문제"라며 "계열사 매각을 채권단에 위임하고는 다른 행위를 하고 있다"며 김 회장을 정조준 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산업은행이 포스코에 제안한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에 대한 패키지 인수를 동부그룹이 훼방을 놓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알짜배기 기업을 헐값에 팔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동부그룹이 하고 있다"며 "구조조정이 안 되면 동부그룹은 유동성 위기가 심해져 동양그룹, STX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패키지로 포스코에 매각하라고 동부그룹에 요청했으나 동부그룹은 다른 매수자들이 많다며 제한경쟁 입찰방식을 통해 제값을 받겠다며 버티는 형국이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27일 포스코에 인수 제안을 했지만 포스코는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동양 사태 이후 선제적인 기업구조조정을 강조해온 금융당국도 동부그룹의 더딘 구조조정이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 금융감독원은 2월 동부그룹 고위 임원을 불러 자구계획 이행할 것을 촉구했고, 3월에도 채권단에 기업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 3일 또다시 채권은행과 회의를 통해 동부그룹 처리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이 회의 자리에서 "더 이상 구조조정이 지연돼서는 안 되니 강경 대응하자"는 의견이 모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3조원 규모의 부채를 줄이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계열사인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항만, 동부발전당진 지분,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동부팜한농 유휴부지 등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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