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억년 전 우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대폭발(빅뱅)로 우주배경복사가 생겼다. 그게 뭔데? 전자기파가 빛의 형태로 퍼진 것이다. 그래서? 중력이 변하고, 시공간이 휘어졌다. 이쯤 되면 머리가 멍해진다. 시공간이 어쨌다고? 역동적으로 움직여 물질과 중력간의 상호작용이 생겼고, 중력파가 만들어졌다고. 그러고 보니 지난달 미국이 중력파를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에 중력파가 존재해야 한다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주장이 결국 입증된 것이다.
이 발표의 과학적 의미는 일단 차치하고 일반인에게는 선문답 같은 이야기다. 제대로 아는 과학자도 많지 않다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일반인이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게다. 그 이론이 과학사상 가장 완벽한 이론으로 꼽히는 동시에 완벽하게 만들려고 아직도 많은 과학자가 매달린다니 참 역설적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공간과 시간에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은 소개한다. 사물이 존재하는 장소에 불과했던 공간과 똑딱거리며 박자를 맞추는 것만 했던 시간이 서로 얽혀 움직이며 생겨나는 각종 '기괴한 효과' 덕분에 수많은 과학자가 논문을 쓰고 명성을 얻었다. 은 평생 일반상대성이론의 완벽을 꿈꿨던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사실 완벽은커녕 부정했던 때도 있었다. 아인슈타인이 중력파 존재를 주장한 뒤 반세기가 넘도록 대다수 물리학자는 수용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 자신도 계산 오류였고, 중력파는 애당초 없다는 논문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중력파 옹호론은 대세가 됐다.
20세기의 아인슈타인은 스타였다. 오죽하면 가수나 영화배우인양 소녀 팬들이 좇아 다녔다. 세계대전을 겪었던 유럽인들은 뭔진 모르겠지만 심오한 업적을 스물여섯에 이뤄낸 천재에게서 위안을 얻었던 게 아닐까라고 은 넌지시 얘기한다.
의 등장인물은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20세기 과학사에서 이름이 빠지면 서운할 거장들이다. 이들의 지적 수다와 치열한 논쟁, 심심찮게 등장했던 엉터리 가설들에서 현대과학을 사로잡았던 갖가지 이슈가 탄생했다. 그 과정을 은 마치 한 편의-쉽지는 않은-소설처럼 이어 놓았다. 특히 30여 년 동안 반감 없이 상대를 자극하면서 논쟁을 벌여온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가 나란히 거니는 사진은 지적 호기심의 정점을 찍는다. 이혼녀와 불륜에 빠진 아인슈타인의 사생활도, 50년에 걸친 긴 고민으로도 양자(量子)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 그의 고백까지도 책은 숨기지 않는다. 내년은 일반상대성이론이 완성된 지 꼭 100년이다. 저자는 일반상대성이론의 힘으로 "엄청난 일이 곧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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