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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딸과 함께한 한달 보름 엄마는 더 없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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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딸과 함께한 한달 보름 엄마는 더 없이 행복했다

입력
2014.04.0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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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미국 뉴욕에 사는 맥스웰 조이스는 부인 엘리자베스 조이스와 아기 릴리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 사진 밑에는 '충분하지 못한 시간'이란 설명이 붙었다. 이 짧은 설명 뒤에는 미국인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사연이 있었다.

릴리의 엄마 엘리자베스는 지난달 9일 36세의 길지 않은 생을 마감했다. 그에게 어둠이 찾아온 건 4년 전 희귀암인 육종암이 발견되면서였다. 화학요법과 수술치료를 수 차례 받아야 했던 암환자 엘리자베스에게 지난해 봄 기적 같은 임신이 찾아왔다. 부부는 기뻐했지만 한편으로 약해진 엘리자베스의 몸 상태가 걱정이었다. 그 해 여름 여기에 절망이 더해졌다. 완치된 줄 알았던 암이 재발한 것이다. 의료진은 암 진단과 치료를 위해 임신중절 수술을 권하고, 그렇지 않으면 온몸에 암이 퍼져 목숨이 위태롭다고 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에게 아기를 갖는 것은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내가 임신중절 수술을 하고 나중에 다시는 원하는 아기를 가질 수 없다면 나는 더 큰 좌절을 하게 될 거예요." 남편 맥스웰은 엘리자베스가 딸 릴리를 낳기로 했을 때 남긴 말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맥스웰은 "우리 부부는 이런 선택이 최악이자 최선이란 점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엘리자베스는 암 전이를 알아보기 위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나, 치명적으로 변한 암의 성장을 막기 위한 치료를 거부했다. 뱃속의 아기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암세포는 폐 등 온몸으로 전이됐다. 의료진은 출산 예정일이 6주나 남아 있던 1월23일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딸 릴리는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예상했던 대로 엘리자베스의 상태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단계였다. 딸의 모습을 보면서 사투를 벌이는 엘리자베스를 암세포가 갉아 들어갔다. 영면하기까지 그가 아기와 함께 한 시간은 불과 한 달 보름. 너무도 '충분하지 못한 시간'이었지만 엘리자베스의 인생에서 더 없이 행복한 순간이기도 했다.

온라인에는 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엘리자베스의 모성애와 용기에 감동한 네티즌들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자신이 엘리자베스와 같은 처지라면 역시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란 글도 있다. 온라인 기금모금 사이트 유케어링에 올라온 글은 이렇게 끝맺는다. "엘리자베스여, 딸은 엄마를 자랑스러워할 겁니다. 영면하세요."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진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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