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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 춘화엔 여인들의 억눌린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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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 춘화엔 여인들의 억눌린 삶이…

입력
2014.04.0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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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이미지는 많은 것을 말한다. 간결한 문장으로 형용할 수 없는 진실과 거짓, 혹은 현실과 상상, 오해와 왜곡 등 무한한 상념의 가지들을 만들어준다. 우리 역사에서도 그림의 중요성이야 이루 말할 수 있으랴. 기록의 나라인 조선 역시 이를 간과하지 않았다. 그림으로 사상, 문화, 종교, 교육, 과학 등의 이야기를 남겼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펴낸 은 그림을 통해 조선의 문화와 조선인의 삶 등을 들여다보았다. 11명의 전문가가 각 분야의 그림을 토대로 당시 사회상을 읊어준다. 선비의 나라였던 조선은 글을 문(文)을 기반으로 유교 가치들을 전해 왔다. 그러나 글을 모르는 백성에게는 어떻게 교화시켰을까. 바로 이때도 그림이 등장한다. 행실도류의 책이 그림 반 글 반으로 채워진 걸 보면 알 수 있다. 충·효·열을 강조하고자 중국과 우리나라 역대 사적에서 효자, 충신, 열녀를 각각 110명씩 추려내 행실과 그림으로 엮어낸 책이 바로 (1434)다. 이 책은 먼저 그림이 그려진 뒤, 뒷면에 한문 설명 등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편집됐다. 특히 정절을 지키려는 열녀들의 이야기가 극적인 그림과 더해지니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다.

"조상 종제 문숙의 아내는 하후문녕의 딸이며 이름은 영녀다. 조문숙이 일찍 죽으니... 자신의 나이가 젊고 자식도 없으므로 집에서 반드시 자기를 시집 보낼 것이라고 여기고 머리를 잘라 징신(徵信)으로 삼았다. … 뒤에 집에서 과연 시집 보내려 하니, 영녀가 다시 칼로 두 귀를 자르고 행동거지를 항상 조상에게 의지했다...."

열녀 영녀이야기를 이토록 끔찍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그림에서도 영녀가 머리카락과두 귀를 자르고 나중엔 코까지 베어 피가 철철 나면서까지 개가(改嫁)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영경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는 "이러한 자해 행위는 대개 개가 거부의 의지를 단호히 드러내는 전형적인 수단이었다"며 "이는 결혼 풍습과 관련된 당시의 시대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열녀를 강요하는 가부장적 시대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춘화(春畵)도 조선을 들여다보는 또 다른 창이다. 혜원 신윤복은 뛰어난 화가임에는 틀림없지만, 노골적인 성 표현을 서슴지 않았던 춘화를 많이 그렸다. 그의 '건곤일회첩'을 보면, 무거운 가체를 올린 두 기생이 나란히 앉아 몸과 얼굴을 들이밀고 춘화에 빠져 있다. 무표정한 듯한 두 여인의 눈빛은 자세히 읽을 순 없다. 그러나 그 자체만으로도 자유분방한 삶을 허락 받을 수 없었던, 성리학이 뿌리깊던 시대의 여인들의 본능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과학은 어땠을까. 조선에서 흔했다던 천지도(天地圖)는 당시 사람들의 과학 인식 구조를 알 수 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설'을 시작으로, 기(氣)로부터 우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탐구한 우주론을 담은 '태극도' 등은 나를 중심으로 세계를 궁금해하는 조선인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퇴계 이황의 '천명도'에는 우주 생성의 연원을 나타낸 주염계의 '태극도'와 하늘, 인간, 심(心), 성(性)이 어떻게 하나로 합쳐질 수 있는가를 담고 있다. 단순한 지도가 아니라 유가적 가르침까지 담으려 했던 것이다.

책은 이 밖에 , , 등 조선시대의 전쟁기술이나 병법의 기술과 전략의 그림, 사대부 초상화에 담긴 의미, 민화 속 조선인의 일상 등을 보여주며 조선 속에 숨겨졌던 이면을 그러내고자 했다. 그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조선의 다채로운 모습에 또 한 번 놀라게 만든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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