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문단에서 한 문장 뺐습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의 본업은 정치평론이다. 이력을 보더라도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과 국회의원 보좌관, 국회정책연구위원 등 정치권이 그의 활동무대였다.
그런 그가 요즘은 방송인으로 불린다. 케이블은 물론이고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시사토크 프로그램은 물론 예능과 시사의 경계가 모호한 프로그램에까지 얼굴을 내밀면서 본업과 부업을 구별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1일 여의도 사무실에 만난 이 소장은 “길거리에서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정치의 예능화에 대해서도 “정치가 우스워졌기 때문”이라고 ‘쿨하게’ 해석했다. 이 소장은 “단순히 정치 이야기를 예능방식으로 다뤘기 때문이 아니라 정치 스스로 자신을 예능화시켰다”고 지적했다.
_ ‘썰전’은 전통 시사프로그램이 아닌데 출연 제의를 받아들인 계기는.
“출연을 결심한 건 당시 상황 때문이었다. 2012년에 총선과 대선이라는 큰 이슈가 있고 나서 정치진영에서 승패가 크게 갈렸다. 진 사람은 진 사람대로 이긴 사람은 이긴 사람대로 피로감이 있었다. 너무 첨예하게 진영간 대립을 했기 때문에 그걸 뛰어넘는 형태로 소프트하게 정치 현안을 바라보는 것은 의미 있다고 봤다.”
_작년부터 이른바 시사예능프로그램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 입장에서 정치인은 민생 현안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무대 위에서 노는 사람이다. 정치자체가 하나의 쇼처럼 보일 것이다. 방송이 정치를 예능화시키는 게 아니고 정치인 스스로가 정치를 예능화시켰다. 그것을 미디어인 방송이 받아서 형상화시킨 것일 뿐 신드롬의 본질은 정치와 유권자 사이의 괴리나 간극이 너무 넓어져 있다는 것이다.”
_예능프로그램에 정치인이 출연하는 것을 두고 ‘정치인의 예능 나들이’ ‘이미지 세탁’ 등의 비판이 나온다.
“그런 단점이나 폐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단 정치를 우습게 만든다는 점이다. 여야 중진 정치인이 나와서 현안을 두고 각 당의 입장 차이로 설전을 벌이는 게 아니라 풍선 터뜨리기 한다든지, 이상한 게임을 함으로써 유권자나 대중을 현혹시킬 우려가 있다. 다만 정치인은 정책홍보뿐 아니라 정치인 개인에 대한 홍보 욕구도 크다는 점을 고려했으면 한다. 정책의 내용이 아무리 훌륭해도 인지도가 낮은 정치인이 이야기하면 쳐다보지도 않는 경향을 무시할 수 없다. 어찌 보면 ‘언론 활동’에 치중할 수밖에 정치환경 탓도 크다고 할 수 있다.”
_예능프로그램이 정치를 희화화하는 것 아닌가.
“방송사에서는 정치인을 출연시킨 다음 정치인 하나하나를 놓고 분당시청률을 조사한다. 그러면 시청률이 잘 나오는 정치인과 그렇지 않은 정치인이 자연히 구분되지 않겠나. 결국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시청률이 잘 나올 때의 질문이나 예능적 요소를 강조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출연하는 정치인도 국정에 대한 고민보다 방송에 나와서 무슨 얘기를 어떻게 재미있게 할지만 신경 쓰게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치인의 본령을 잃게 된다.”
_정치 예능프로그램의 긍정적인 측면 있나.
“정치도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볼 때 그 사람의 면면을 보다 쉽게 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캐릭터나 이미지가 점차 정치인의 핵심 요소가 되는 정치환경에서 TV방송은 중요한 홍보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정치 예능프로가 최상의 포맷이라 할 수는 없다고 본다.”
_정치인들이 TV로 몰려갈 수밖에 없는 정치환경이란 무엇인가.
“정치인의 본령은 의정활동이다. 하지만 의정활동으로 정치인이 평가되지 않는다. (유권자가)투표할 때를 보더라도 국회의원 후보에 대해 어느 당과 어느 학교 출신 정도만 알지 4년 동안 의정활동을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른다. 그야말로 ‘깜깜이 투표’다. 사회의 이슈는 모두 사라지고 외형적 이미지의 정치인만 살아남는 정치현실 아닌가.”
_예능의 시각으로 바라본 정치권의 문제는 무엇인가.
“정치인이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국민에 다가간다 해도 정작 정치의 본 무대에서 정치인은 유권자를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여야 할 것 없이 겉으로는 민생과 국민 이야기를 하지만 속으로는 당리당략을 챙긴다는 것을 유권자들이 알기 시작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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