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는 거물급 신인들이 많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열 아홉 살 동갑내기 백규정과 김민선(이상 CJ오쇼핑), 지난해 드림(2부) 투어 상금왕 출신 박성현(21ㆍ넵스)은 시즌 전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빅3’외에도 또 한 명이 KLPGA 투어에서 돌풍을 일으키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늦깎이 신인 한상희(24ㆍ한화)다.
한상희는 2008년 세미 프로 자격증을 딴 뒤 이듬해 프로 턴을 했다. 2009년부터 2부와 3부 투어에서 뛰었고, 작년 겨울에 열린 2014년 1부 투어 시드전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2위로 KLPGA 무대에 입성했다.
한상희는 10일 제주에서 열리는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그는 4일 오후 플라자CC 용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시드 유지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 “시원시원한 플레이로 제 이름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육상, 테니스 그리고 골프
한상희는 골프를 늦게 시작했다. 용인 왕산초등학교 때부터 육상과 테니스 선수 생활을 했다. 모현중학교 1학년 때까지 테니스를 친 한상희는 아버지 한창수씨(55)의 권유로 중학교 3학년 때 골프채를 잡았다. 한씨는 딸이 골프선수로 대성할 수 있도록 자택 옆에 실내 골프연습장을 만들기도 했다.
늦게 골프를 시작한 만큼 한상희는 국가대표 경력이 없다. 2010년 점프(3부) 투어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작년 드림 투어에서 준우승과 3위를 한 차례씩 했을 뿐이다.
“프로로 전향 했을 때 바로 1부 투어를 뛸 줄 알았어요. 골프를 쉽게 생각했죠. 하지만 5년 동안 2부 투어에 머물면서 창피했던 기억이 더 많아요. 작년부터 골프를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고요. 늦었지만 시드전 2위로 그 꿈을 이뤘습니다.”
렉시 톰슨보다 빠른 헤드 스피드
한상희의 주특기는 호쾌한 드라이버다. 국내 투어 여자 선수 중에서 가장 멀리치는 플레이어 중 한 명이다. 스윙스피드가 시속 107마일(172km)에 달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하위권 선수들과 맞먹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장타자로 알려진 렉시 톰슨(19ㆍ미국)의 스윙 스피드는 102~105마일(164~169km) 정도다. 톰슨은 평균 270야드 이상을 때린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측정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2부 투어에서 뛸 때도 장타를 친다는 선수들에게 뒤지진 않았어요. 거리라면 자신이 있습니다.”
“시원시원한 샷 기대해 주세요.”
한상희는 힘든 과정을 딛고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곳에 우뚝 섰다. 2012년에는 퍼터 입스(yipsㆍ퍼트를 할 때 실패한 대한 두려움으로 몹시 불안해 하는 증세)가 와서 골프를 접을 생각도 했다. 1m도 안 되는 짧은 거리를 3퍼팅 하기 일쑤였다. 하루에 10시간씩, 한 달 동안 퍼팅 연습을 하기도 했다.
“2012년 한화와 계약한 뒤 잘 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서면서 퍼터 입스로 고생을 했어요. 자신감과 의욕도 잃었고요, 매일 울면서 지냈어요. 그래도 퍼터 문제를 극복하고 다시 골프를 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쁩니다.”
프로 데뷔전을 앞둔 심정을 묻자 한상희는 “설렌다”고 말했다. 어렵게 꿈의 무대에 오른 만큼, 진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도 대단했다.
그는 “올 해 목표는 우승이다. 루키 시즌에 꼭 1승을 하고 싶다”면서 “시드 유지에 연연하지 않겠다. 시원시원하게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다부진 포부를 전했다.
그는 또 “줄리 잉스터(54ㆍ미국), 카리 웹(40ㆍ호주)처럼 나이가 들어도 투어 생활을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롱런하는 골퍼가 되겠다”고 힘줘 말했다.
용인=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