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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안중근에 민감… 거센 반발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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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안중근에 민감… 거센 반발 불보듯

입력
2014.04.0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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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 대표단의 중국 하얼빈 안중근 기념관 공식 방문으로 일본 정부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중근을 '테러리스트'에 비유해온 일본은 이번 방문을 둘러싸고 더욱 강력한 비난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행 아베 정권의 정치 외교라인은 안중근은 범죄자라는 한결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안중근은 일본의 초대 총리를 살해, 사형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며 "일방적인 평가를 토대로 한국, 중국이 연대해 국제적인 움직임을 전개하는 것은 지역의 평화와 협력관계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기념관 건립에 대해 "일본의 입장과 상반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또 다른 외무성 간부는 "일본에서 안중근은 범죄자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본 역사 교과서는 안중근을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살해한 인물로만 그리고 있을 뿐, 시대 배경이나 안중근의 사람됨에 대한 내용은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 일부 우익세력들은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것이 한일 병합을 부채질하는 원인이 됐다는 억지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문제로 1909년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을 둘러싼 역사적 배경 등이 부각될 경우 자칫 일본의 근대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1970~80년대부터 일본내에서 안중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그에 대한 평가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도쿄 시나가와구에 위치한 이토 묘역에 설치된 안내문에는 "(이토는) 중국 하얼빈에서 조선의 독립운동가에 의해 저격 당해 69세로 세상을 떠났다"고 표기, 1996년 이전까지 안중근을 폭도로 묘사한 것과는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일본내 안중근 연구자들은 "안중근 관련 재판이 세계에 알려지면 일본의 제국주의 야욕이 드러날 것을 우려, 사건 4개월여만에 사형집행을 서둘렀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을 지낸 도고 가즈히코(東鄕和彦) 교토산업대 교수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서 "안중근을 연구한 일본인은 모두 그를 위대한 인물로 생각하고 존경하고 있다"며 "안중근을 잘 모르니 테러리스트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전문가는 "보수 우익세력 입장에서 안중근은 위안부 문제처럼 일본의 과거사를 정면으로 건드리고 싶지 않은 아킬레스건"이라며 "안중근 기념관 건립을 계기로 한중 양국이 역사 인식을 공동 대응하는 것이 달가울 리가 없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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