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직장생활에서 가장 소외되는 건 조직 뒷이야기나 하마평 같은 업계 정보입니다. 그 부족함을 채우려면 스스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합니다."
정현옥(57)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2일 밤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여성 리더 토크콘서트에서 여자가 키워야 할 능력에 대해 묻자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아직도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토크콘서트에 정 차관와 탁정미 효성 ITX 상무, 윤정하 한국HP 상무, 임옥희 에릭슨엘지 팀장 등 여성 리더 4명과 여대생 80여명이 참석했다. 여성 리더들은 직장 생활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이에 대처했던 일화를 소개하고 학생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즉문즉답 시간을 가졌다.
정 차관은 "공무원 시험을 28살에 합격해 입사 동기에 비해 나이가 많지만 20~30년이 지나면 몇 년 출발이 늦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시간을 어떻게 보냈고 그 속에서 뭘 깨달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며 "20대 좌절과 방황이 저에게 엄청난 자양분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20대에는 망설임 없이 이 세상을 탐험해도 좋다"고 말했다.
탁정미 상무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는데 당시만 해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같은 일을 하는 여성 전문인은 거의 없었다"면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은 하면서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따끔한 조언도 잇따랐다. 윤정하 상무는 한 참가자가 '직장생활을 하다 여자라서 겪은 부당한 일과 대처방안'에 대해 묻자 "입사 초기 불이익을 경험해 감정적으로 대처했던 적이 있고 그것이 계기가 돼 도약하기도 했다"며 "2014년을 사는 여러분이 이런 질문하는 것은 진부하다. 남녀가 신체가 기질적으로 다른 점이 있지만 불이익을 미리 걱정하기보다 자신의 장점을 어떻게 부각시킬 건가 고민하는 게 훨씬 현명하다"고 말했다.
각자의 애장품을 들고 나와 이에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정 차관은 가수 전인권의 CD를 들고 나와 "한동안 음악을 들은 후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보인다. 음악을 듣는 시간은 비우는 시간이면서 채워지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탁 상무는 '신 나게 일하는 직장을 만들고 싶다'는 본인이 쓴 그림 액자를, 윤 상무와 임 팀장은 카네기의 등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했다.
행사에 참가한 대학생 정수정(20) 씨는 "현장의 고위직 선배들을 만날 기회는 없었는데 오늘 각 역할을 하고 계신 선배들을 보며 여성리더십이라는 것이 와 닿았다"며 "여성이 지녀야 할 자부심을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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