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틀마니아의 숙원이 50년 만에 풀리게 됐다. 역사상 최고의 록 밴드로 불리는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72)가 내달 28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한다. 비틀스의 멤버가 한국에서 공연하는 건 처음이다. 비틀스는 활동 당시(1962~1970) 한국에 온 적이 없으며, 세상을 떠난 존 레넌(1940~1980)과 조지 해리슨(1943~2001)은 물론 링고 스타(74)도 한국에서 공연한 적이 없다. 폴 매카트니는 스티비 원더, 비욘세, 레이디 가가, 빌리 조엘 등의 공연을 주최해온 현대카드가 '슈퍼콘서트' 시리즈의 스무번째 주인공으로 초청했다.
폴 매카트니의 이번 공연은 비틀스 주축 멤버의 목소리로 비틀스의 명곡을 들을 수 있는 한국 첫 콘서트라는 점에서 뜻 깊다. '헤이 주드'(1968)의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후렴구 '나나나 나나나나 나나나나 헤이 주드~'를 작곡자이자 가창자인 폴 매카트니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부를 수 있다. '예스터데이'와 '렛 잇 비'도 물론이다. 지난해 일본에서만 여섯 차례 공연을 하면서 한국에는 들르지 않아 아쉬움을 산 터라 팬들의 반가움은 더하다.
존 레넌과 함께 비틀스의 거의 모든 노래를 만든 폴 매카트니는 밴드 해체 후에도 네 멤버 중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음악 활동을 펼쳤다. 1969년 결혼한 뒤 아내 린다 이스트먼과 그룹 윙스를 이끌었으며 1980년대부턴 솔로 가수로 활동하며 마이클 잭슨과 함께 부른 '세이 세이 세이', 스티비 원더와 듀엣 '에보니 앤 아이보리' 등을 히트시켰다. 지난해 발표한 '뉴'까지 윙스와 솔로 시절에만 24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으며, 팝과 록은 물론 일렉트로닉과 아방가르드, 클래식 음악까지 시도한 전방위 음악가였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만큼 영국의 인간문화재로 추앙 받는 그는 1997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1966년 비틀스의 공연을 볼 수 있었던 일본과 달리 한국은 비틀스와 지난 50년간 인연이 없었다. 엘튼 존, 스티비 원더 같은 톱스타들이 두 차례 이상 다녀갔는데도 폴 매카트니의 공연이 성사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매카트니의 투어는 대체로 북미, 유럽, 남미 지역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6회 공연에 4,000만달러(약 423억원)의 매출을 올린 일본 공연도 2002년 이후 11년 만에 성사된 것이었다. 이동 거리를 고려했을 때 일본을 들르면서 한국에서도 3만~4만명의 관객을 동원해야 하는데,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내한공연도 일본에서 열리는 세 차례 앙코르 공연 직후 열린다.
폴 매카트니가 이번 공연에서 어떤 곡을 부를지 관심이 높다.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 시작한 '아웃 데어' 투어는 대체로 비슷한 레퍼토리를 보여주는데 지난번 일본 공연과 큰 차이가 없다면 두 차례의 앙코르까지 약 40곡을 들을 수 있다. 그 중 절반 이상이 비틀스 시절 곡이고 '밴드 온 더 런' '리브 앤 렛 다이' 등 윙스의 히트곡들과 '어나더 데이' '퀴니 아이' 같은 솔로 곡들이 그 사이를 채운다.
폴 매카트니는 회당 고정 출연료를 받는 대신 공연을 공동 주최하고 수익을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실 주경기장은 4만5,000명 안팎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어 매진을 기록한다면 훗날 재공연도 그리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티켓 예매는 8일부터 가능하고 가격은 5만5,000원부터 30만원까지 9단계로 나뉜다. 좌석은 어디가 좋을까. 객석이 무대 정면 앞보다 양 옆으로 넓게 퍼지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능한 한 무대에서 멀더라도 정중앙을 권한다. 한 공연기획사 대표는 "잠실 주경기장 특성상 측면으로 갈수록 소리의 반사와 왜곡이 커지기 때문에 정중앙이 공연을 즐기기 좋다"며 "음향 콘솔 근처면 가장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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