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서화숙 칼럼/4월 4일] 자유 평등 박애 그리고 평화

입력
2014.04.03 11:53
0 0

박근혜 정부는 역사에 관심이 많다. 일본에 대해서는 역사적 진실을 직시하라고 추궁하면서 국내에서는 식민지 시절을 미화하는 교학사 교과서를 감싸고 역사교육을 강화하겠다 주장한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현재와 유리되어 역사 자체로만 빠질 때 국가가 대중을 선동하는 수단으로 그친다는 사실을 아베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보여준다.

박근혜 정부 자체는 역사적으로 어떤 정부로 기록될까. 최근 30여년간의 초현대사를 중심으로 살펴보자면 1987년 6월 항쟁 이후 차분하게 진전되어온 민주주의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확실히 퇴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판단 기준은 간단하다. 먼저 프랑스대혁명의 구호가 된 이후 지금도 쓸모있는 잣대인 자유 평등 박애가 있다. 이 기준을 통과해야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이다.

자유권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이 바르게 집행되느냐 여부이다. 국정원이 간첩을 조작하고 검찰이 비호하는 현실. 국정원이 정치개입을 한 것을 법무부가 옹호하는 현실은 박정희 체제에 근접한다. 불법행위에도 불구하고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이 또다시 임명이 됐다. 김영삼 정부 때에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를 처음 시작하며 공직자의 불법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 이전으로 권력이 돌아갔다는 뜻이다. 청와대 고위직에 있던 이들이 뇌물을 즐기고도 처벌 없이 원적 복귀했다. 작년에 33가지 비리가 드러났는데도 한달 가까이 끌다가 자진사퇴한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처럼 국민들이 진을 다 빼도록 비판을 해야 최악의 문제 각료가 겨우 하나 관둔다. 간첩조작에 국정원이 관여했는데도 남재준 국정원장이 해임은커녕 사퇴도 하지 않고 있다. 불법을 감싸는 청와대라면 30여 년 전 전두환 시절이다. 문용린 서울교육감은 공금으로 자기 책을 뿌리고 학생을 행사에 동원했지만 뇌물을 먹은 공정택 교육감이 불과 2009년까지 존재했기에 겨우 5년 정도 거꾸로 돌리는 것으로 그쳤다.

평등의 문제는 진행중이다. 영리병원 도입으로 의료민영화의 길을 걷게 된다면 국민개보험 제도를 실시한 노태우 정부 이전으로 돌아간다. 철도를 민영화한다면 철도 역사상 최초일 것이다. 수도 전기 마찬가지이다. 자율형 사립고를 만든 것은 노무현 정부 말기 김진표 당시 교육부총리이고 이를 늘린 것은 이명박 정부이다. 그런데 자율, 자립이 원칙인 자율형 사립고에 정부 지원까지 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처음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작한 평등교육체계를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고등학교 의무교육제를 실시해서 김대중 정부 때의 중학교 의무 교육에서 한걸음 앞으로 나아갈 줄 알았던 박근혜 정부는 평등권과는 아무 상관없는, 셋째 아이 대학등록금 무상화만 실천했다.

박애는 어디까지 와있나. 기초연금, 경제민주화 모두 공약으로만 내세웠지 실천하지 않고 있다. 가난한 이들의 자살이 잇따르는 것은 이 정부 들어 부자감세를 지속하면서 복지재원이 바닥난 데다 수구적인 관변단체를 향한 지원이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선별복지를 힘주며 복지대상자도 크게 줄였다. 지역차별 범죄를 저지른 국정원이 처벌받지 않고 있는 것은 야만적인 약자 괴롭히기를 부채질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잣대는 평화가 보장되는가이다. 전쟁만큼 기본권을 말살하는 게 없기때문이다. 개성공단 재개와 남북이산가족 상봉으로 이명박 정부보다는 나아질 줄 알았던 박근혜 정부는 그것이 끝이었다.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북한 당국은 코방귀만 뀐다. 정부는 무인정찰기 문제를 들어 남북 긴장관계를 부채질중이다. 한미일 회담도 그렇고 25일로 예정된 오바마 방한도 그렇고 미국은 일본편이다. 일본만 방문하려던 것을 한국방문까지 확대시켰다 자부했지만 미국의 공식발표에서 일본은 특별대우이고 한국은 말레이시아 필리핀과 동급으로 짧은 체류이다. 미국은 일본의 무기 수출을 응원하고 북한과의 관계진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국정원의 공문서 조작은 중국정부에 의해 밝혀졌으니 중국에 대한 체면도 말이 아니다. 한마디로 내우외환의 정부 그 자체이다.

역사에 관심 많은 박근혜 정부, 중요한 것은 과거보다 현재이다. 박근혜 정부는 현재를 외면하고 어느 과거로까지 끌려갈 작정인가.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