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 함지훈(30ㆍ198㎝)은 센터치고 키가 작은 편이다. 운동 능력 또한 뛰어난 것도 아니다. 높은 탄력과 빠른 스피드는 남 얘기다. 그런데 함지훈은 치열한 몸 싸움이 벌어지는 골 밑에서 살아남았다. 외국인 선수들과 맞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힘과 가드 출신답게 뛰어난 어시스트 능력을 갖췄다. 한국프로농구 최고의 ‘빅맨’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함지훈은 단기전에서 더욱 강한 면모를 뽐내고 있다. 지난 2일 창원 LG와의 챔피언 결정 1차전에서 38분을 뛰며 18점 6어시스트로 활약해 팀 승리를 이끌었다. 어시스트는 양 팀 포인트가드 모비스 양동근(1개), LG 김시래(5개)보다 많았다.
함지훈은 자신에게 쏠리는 수비를 알아채고 동료한테 정교한 패스를 했다. 정확한 타이밍에 함지훈의 패스를 받은 동료들은 곧바로 득점을 올렸다. 득점 분포도가 고루 퍼진 덕분에 모비스는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정규리그 동안 모비스는 함지훈이 어시스트 5개를 기록한 15경기에서 12승3패를 올렸다. 또 이번 4강 플레이오프, 챔프전에서는 3승 무패다. 함지훈의 어시스트는 모비스의 승리 방정식인 셈이다.
함지훈은 2007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0순위로 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두 차례 우승 반지를 꼈다. 2009~10 시즌 챔프전에선 경기당 평균 16점 6.3리바운드 5.8어시스트로 최우수선수(MVP) 영예까지 안았다. 올 시즌은 자신의 세 번째 우승 반지와 함께 자유계약선수(FA) ‘잭팟’을 터트릴 기회다. 풀타임 5시즌을 뛴 함지훈은 시즌을 마치면 첫 FA 자격을 얻는다.
함지훈은 “아직 시리즈가 끝나지 않았다”며 “당장 눈앞의 경기를 신경 쓰기 바빠 FA는 생각할 겨를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어시스트는 내가 잘해서라기 보다 동료가 잘 넣어 운이 따른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그는 또한 “팀에 나이 많은 선배들이 있어 시리즈를 빨리 끝내고 싶은데 LG에 에이스들이 많아 잘 모르겠다”면서 “챔프전 MVP는 전에 한번 타봐서 욕심은 없다. 그 때는 군 입대 전이라 그런지 정말 기뻤다. 이제는 개인적인 것보다 팀이 우선이다. 그러나 (우승)반지는 많이 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창원=김지섭기자 on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