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홍성흔(37)도 뛰고, 양의지(27ㆍ이상 두산)도 뛴다.
두산의 발야구가 더 강력해졌다. 선발 라인업에 든 9명의 야수가 모두 뛸 채비를 갖추고 있다. 2일 현재 두산은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1번의 도루를 시도했다. 성공 7번, 실패 4번이다. 삼성과 함께 팀 도루 1위다. 오재원이 가장 많은 3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민병헌과 정수빈도 모두 2번을 훔쳐 모두 살았다. 두산의 9번-1번-2번은 7도루를 합작했다.
오재원은 “지난 시즌 몸 상태만 좋았다면 충분히 도루왕에 도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며 “올 시즌 기회만 된다면 많은 도루를 시도할 것이다. 물론 성공할 확률이 높을 때 뛴다는 것이 첫 번째 원칙”이라고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5번 지명 타자 홍성흔과 7번 포수 양의지의 도루 시도다. 둘 모두 한 차례씩 스타트를 끊어 2루에서 아웃됐다. 홍성흔은 지난달 30일 잠실 LG전에서 1-4로 뒤지던 4회말 2사 1루, 8번 김재호의 타석 때 뛰었다. 양의지는 지난 2일 목동 넥센전에서 3-0으로 앞선 2회초 2사 1루, 1번 민병헌의 타석 때 깜짝 도루를 시도했다.
팀 내에서 가장 발이 느리다는 두 명이다. 성공 확률 보다 실패 확률이 더 높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2아웃이 되자 과감히 뛰었다. 상대 배터리의 의표를 찔러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달렸다. 홍성흔과 양의지는 “벤치 작전은 아니었다. 내 판단으로 뛰었다”고 밝혔다.
만약 이들이 2루에서 살았다면, 두산은 다시 한 번 득점 찬스를 잡을 수 있었다. 실패해도 다음 이닝 발 빠른 타자가 선두 타자로 나설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양의지는 “보통 코치가 뛰라고 할 때 뛴다. 그러나 (아웃카운트, 상대 배터리, 경기 흐름 등) 상황을 보고 내 스스로 스타트를 끊을 때도 많다”고 말했다.
도루 시도 결과 이들은 꽤나 여유 있게 아웃 됐다. 홍성흔과 양의지의 발이 느리긴 느렸다. 그런데 두 장면에서 송일수 두산 감독의 야구 색깔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경기 내내 끊임없이 기동력 야구를 펼쳐 상대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팀 내에서 가장 발이 빠르다는 정수빈은 “우리 팀은 모든 선수가 거의 알아서 뛴다. 도루 성공률이 높다고 판단하면 스스로 스타트 한다”며 “모든 선수에게 ‘그린라이트’(사인 없이 도루할 수 있는 권한)가 부여된 셈”이라고 전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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