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휴대폰의 기능은 카피가 아닙니다. 전 세계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마운틴 뷰(실리콘밸리 중심부)의 구글 엔지니어들이 독자적으로 만든 것입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첫 날 심리에서 삼성전자 측 존 퀸 변호사는 8명의 배심원들을 향해 '갤럭시 넥서스'를 흔들어 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애플이 문제 삼는 소프트웨어는 구글의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 임을 강조했다.
이 같은 퀸 변호사의 변론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삼성전자의 전략이 '삼성전자 대 애플'이 아닌 '안드로이드 연합 대 애플'구도로 가는 것임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 '제2차 특허전쟁'으로 비유되는 이번 소송은 2012년 2월 애플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10개 제품이 5개 특허를 침해했다고 문제 삼으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4월 맞소송을 냈다. 하지만 5개 특허 모두 안드로이드와 관련성이 높은 것이라, 업계는 일찍부터 "애플의 칼 끝이 삼성전자를 너머 구글을 겨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애플 측은 이날 9,290억 달러의 배상판결로 승리를 거뒀던 1차 특허 전쟁의 전략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애플 측 해럴드 맥엘히니 변호사는 2007년 1월9일 스티브 잡스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아이폰을 처음 발표하는 화면을 보여주며, 또다시 배심원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또 "아이폰과 같은 것을 만들자"는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의 발언이 담긴 2010년 문건도 다시 들고 나와, 삼성전자의 모방을 지적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새로운 전략으로 임했다. 삼성전자의 독창성보다는 구글의 혁신성을 강조하면서, 이번 싸움을 '애플 대 구글'의 대결로 규정했다. 특히 삼성전자 변호인은 스티브 잡스가 사망 1년 전인 2010년 10월 임직원 연례회의인 '톱100'을 준비하며 보낸 이메일을 공개했는데, 여기엔 "이번 회의는 구글과 벌일 성전(聖戰)을 준비하는데 주된 이유가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퀸 변호사는 "안드로이드야말로 아이폰의 주된 경쟁 제품으로 애플은 구글에 관한 강박 관념에 시달리고 있다"며 "애플은 시장에서 자신들이 빼앗긴 것들을 법적 다툼을 통해 되찾으려 한다"고 쏘아붙였다.
한편 양측은 배상 요구액에서도 큰 차이가 났다. 애플은 삼성전자에 20억 달러를 요구한 반면 삼성전자는 반소청구금액으로 694만 달러만 요구했다. 삼성전자 측 변호인은 애플의 청구액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과장으로 배심원의 지능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고, 애플 측 변호인은 삼성전자의 반소청구액에 대해 "배심원들이 특허 가치를 과소평가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적게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평결은 이르면 다음달 중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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