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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무슨 죄… 한국서 태어났는데 무국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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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무슨 죄… 한국서 태어났는데 무국적자

입력
2014.04.0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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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살아온 다섯 살 남아가 두 차례나 부모와 이별하고 무국적자로 떠돌고 있다. 보육원에서 돌보고는 있지만 국가보조금과 건강보험 등 모든 혜택에서 배제된 채 앞날이 막막한 상태다.

2009년 5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태어난 서모(5)군은 2007년 국제결혼을 한 한국인 아버지, 베트남인 어머니가 2년 만에 얻은 아들이었다. 그런데 서군의 출생 직후 아버지 김씨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서군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문제로 부부는 이혼을 했고, 김씨는 2010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베트남 국적의 친모는 아이를 키우지 못하겠다며 시집 식구들에게 서군을 맡긴 뒤 사라졌다. 홀로 남겨진 서군의 딱한 처지를 접한 김씨의 여동생 부부는 입양을 선택했다. 여동생은 서군이 오빠의 아들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입양으로 아이의 성은 '김'에서 '서'로 바뀌었다.

그런데 여동생 김씨가 오빠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친자확인 유전자 검사 서류를 발견하면서 서군은 갈 곳을 잃게 됐다. 여동생 부부는 오빠의 핏줄이 아닌 서군을 입양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해운대구청을 통해 부산 강서구의 A보육원에 서군을 맡겼다.

부모에 이어 양부모와도 헤어져 외톨이가 된 서군에 대해 당시 A보육원은 "낯선 환경을 접해서인지 무척 불안해하고, 소화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 우는 것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며 관심과 애정이 많이 필요하다"고 기록했을 정도였다.

양부모는 가정법원에 양자 관계의 인연을 끊는 파양을 신청했고, 2012년 6월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서군의 호적은 말소됐다. 그러면서 한국 땅에서 태어나고 자란 서군은 무국적자로 전락했다. 국적법에 따르면 부모 중 어느 한쪽이 한국 국적을 갖고 있거나, 출생 전 사망한 아버지가 사망 당시 한국 국적일 경우, 그리고 심지어 부모가 누구인지 분명치 않은 경우에도 한국에서 출생했으면 한국 국적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서군은 어머니의 국적이 베트남으로 명확하지만 아버지의 국적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 가운데 어느 항목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서군 몫으로 보육원에 지원되던 국가보조금이 끊겼고, 국민건강보험 가입 자격도 박탈됐다. 후원금만으로 서군을 양육하고 있는 보육원 측은 법률구조공단, 출입국관리소,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서군의 무국적 문제 해결을 호소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태다.

이한숙 이주와인권 연구소장은 "무국적이라도 아동의 교육권과 건강권은 보호받아야 한다"며 "무국적 이주 아동 출생 등록에 관한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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