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부유하는 기체 잔해 확보에 초점을 맞춰온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편명 MH370) 수색 작업이 블랙박스를 찾기 위한 해저 수색으로 방향을 급전환하고 있다. 사고원인 규명의 핵심 증거가 될 블랙박스가 배터리 소진으로 더 이상 위치신호를 발신하지 못할 상황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2일 수색작업은 영국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 'HMS타이얼리스'가 투입되면서 활기를 띠었다. 잠수함이 수색에 동참한 것은 여객기가 실종된 지난달 8일 이래 처음으로, 블랙박스 등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은 기체 수색을 위한 조치다. 영국 해군은 "잠수함의 뛰어난 해저 탐색 능력이 실종기 위치를 확인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해군이 제공한 블랙박스 탐지장비 토드핑거로케이터(TPL)와 무인탐사잠수정(AUV)이 호주 해군 함정에 실려 4일쯤 수색 해역에 도착하면 해저 탐사 작업을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블랙박스를 구성하는 비행기록장치와 조종석음성녹음장치에는 30~45일 수명의 배터리가 달린 발신기가 각각 장착돼 있다. 여객기가 실종된 지 2일로 27일째이기 때문에 발신기 작동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제수색팀은 첨단 해저수색 장비를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나섰다. 함정에 예인되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TPL은 블랙박스 발신기가 보내는 신호를 감지하는 장비로, 최대 수심 6,000m까지 들어가 2해리(3.7㎞) 반경의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 AUV는 최대 6,000m 깊이의 바다 밑바닥을 훑으면서 음파를 동원한 해저지형 정보를 제공한다. 한번에 20시간 동안 작동하며 최대 8㎞가량을 움직일 수 있다. CNN방송은 원격조종잠수정(ROV) 투입 가능성도 전망했다. 함정과 케이블로 연결된 ROV는 통제실 조종을 받아 잠수하며 해저 영상을 제공하며 장착된 로봇팔을 이용해 물체를 끌어올릴 수 있다. 타이태닉호를 침몰 80여년 만에 북대서양에서 인양하는 데 쓰인 장비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한달 가까이 매달려온 잔해 확인 작업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새로운 위성정보가 확보되면서 지난달 28일부터 호주 서부 해안도시 퍼스에서 서쪽으로 1,770㎞ 떨어진 해역을 집중 수색하고 있지만 공중포착된 부유물들이 줄줄이 여객기 잔해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수색 당국 사이에서 비관론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호주 수색 책임자인 앵거스 휴스턴 전 공군대장은 "실종기 잔해를 영영 찾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차대전 중 침몰했다가 60년 만에 잔해로 발견된 호주 함정 HMAS시드니호를 예로 든 그는 수색 장소를 현재의 해역으로 옮긴 것도 "부정확한 과학에 근거했다"고 평가절하했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도 2일 "(수사할) 시간이 더 필요하긴 하지만 사건의 진짜 원인을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말레이시아의 사고 대응에 노골적 불신을 표출해온 중국은 자국민 탑승객 가족의 자국민 탑승객 가족들이 말레이시아 당국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률 태스크포스를 출범했다. 반면 하와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국방장관 회담에 참석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이번 사건은 우리 능력의 커다란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며 협력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말레이시아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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