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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눈뜨고 민주주의 외치는 중국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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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눈뜨고 민주주의 외치는 중국 시민들

입력
2014.04.0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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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반인을 가리키는 '라오바이싱'(老百姓)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환경에 눈을 뜬 시민들의 공장 건설 반대 시위가 각지에서 끊이지 않는다. 직접민주주의 실시와 법치 요구도 확산되고 있다. 대중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대중의 소리를 경청하겠다는 시진핑의 노선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중국 인터넷과 홍콩 언론에 따르면 광둥성 마오밍시 시민 수백명은 1일 마오밍시에서 350㎞나 떨어진 광저우시까지 가서 광둥성 정부 청사 앞에서 석유화학 공장 건설 반대 집회를 열었다. 앞서 마오밍시 시민 수만명은 지난달 30일 마오밍시 정부 청사 앞에서 시 정부가 시내에서 불과 7㎞ 떨어진 곳에 합성섬유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파라자일렌(PX)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과 관련해 거리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 직후 인터넷에는 경찰차를 전복시킨 뒤 초소에 불을 지르고 교통 신호등을 부수는 동영상들이 잇따라 올랐다. 경찰이 곤봉을 휘두르고 최루탄을 쏴 시위대를 해산시켰으나 이 과정에서 수십명이 부상 당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량뤄웨(梁羅躍) 마오밍시 부시장은 1일 시민 대표들과 만나 "PX 공장 건설 계획은 아직 검토 단계로 확정된 것이 없다"며 "시 정부가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전에 결정을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PX 공장 건설 반대 시위는 심각한 법 위반으로 사회 질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행위"라고 비난했던 데서 크게 물러난 것이다.

앞서 2012년 7월에는 쓰촨성 스팡시에서 주민 수만명이 몰리브덴구리합금공장 건설에 반대하며, 시 정부 청사에 진입해 청사 유리창과 경찰차를 부수자 놀란 시 정부가 공사를 중단했다. 그 해 12월 저장성 닝보의 화학공장 건설도 주민 시위로 무산됐고, 앞서 2011년 8월에는 랴오닝성 다롄에서는 시위로 PX 공장 이전이 결정된 적도 있다. 잇따른 시위는 스모그 등으로 환경 오염 등에 대한 불안이 높아진 데다 인터넷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 등을 통해 정보 전달이 빨라진 것이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

환경뿐 아니라 정치 참여 의식도 고조되고 있다. 이를 상징하는 곳이 2012년 3월 부패 관리를 몰아내고 주민 직접선거로 지도자를 뽑은 광둥성 우칸촌이다. 중국은 촌민위원회 직접선거 비율이 98%를 넘는다지만 공산당의 심사를 거친 사람만 입후보할 수 있고 비밀 투표도 보장되지 않는 게 현실이어서 우칸촌의 실험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우칸촌은 중국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좀더 시간이 걸릴 것임을 짐작하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달 31일 우칸촌에서는 2년 만에 지역 자치조직인 촌민위원회 주임(촌장) 7명을 뽑는 선거를 치렀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투표소는 마을을 관할하는 루펑시 직원 수십 명이 둘러싸다시피 감시했다. 가족이나 다른 사람 몫까지 한 사람이 투표한 경우가 있다거나 개표가 비공개로 진행됐다고 불평하는 주민도 있었다. 지난달에는 촌민위원 중 두 명이 루펑시 검찰당국에 직권오용 혐의로 구속됐고 또 다른 한 명은 당국의 구속을 피해 미국으로 간 뒤 망명신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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