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이 서해 백령도와 경기 파주에서 추락 상태로 발견된 무인항공기 두 대를 북한제로 판단한 이유는 두 가지다. 부속품에서 북한만 사용하는 한글 표기가 발견됐고, 장착된 카메라에 찍힌 사진과 잔류 연료로 추정한 비행경로가 남쪽을 정찰한 뒤 북한으로 귀환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국방부에 따르면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 엔진 배터리에서 '사용중지 날자 2014.6.25'라는 한글과 숫자 표기가 확인됐다. '날자'는 날짜를 뜻하는 북한 말이다. 제품을 사용한 일시를 기록한 부분에 '기용날자 2013.6.25'라는 표기가 사용된 것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우리 당국이 피격 해상에서 수거한 어뢰에서 '1번'이라는 북한식 표기를 발견, 북한 소행으로 단정했던 것과 같다.
파주 무인기 비행경로를 추적한 결과, 북쪽에서 날아와 서울을 경유한 뒤 다시 북쪽으로 이동하는 도중 추락한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달 24일 발견된 이 무인기는 당시 우리 군 레이더에는 포착되지 않았지만, 탑재된 일제 카메라에는 청와대와 광화문 등 서울 중심부가 찍혔고 북쪽으로 비행하다가 파주에서 추락한 정황도 포착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무인기 엔진을 분해하자 남은 연료(휘발유)가 있었다"며 "연료량을 계산한 결과, 북한 지역으로 복귀할 수 있는 분량이었다"고 전했다.
무인기 제작방법과 외부 위장형태도 또 다른 근거다. 백령도와 파주 무인기 모두 낙하산을 펼치며 목적지에 착륙하는 방식인데, 이는 북한이 중국 기술을 베껴 실전 배치한 '방현-ⅠㆍⅡ'도 채택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서 도입한 '프라체-1T' 무인기도 같은 방식이다. 군 관계자는 "파주 무인기의 회수 방식은 군에서만 사용하는 십자형 낙하산"이라며 "이는 비행체가 북한 군이 보냈다는 걸 보여준다" 설명했다.
일주일 간격으로 발견된 두 비행체의 크기(1.5~2m)가 비슷하고 지상 식별이 어렵도록 하늘색 바탕에 구름 모양의 흰색을 덧칠한 것도 북한이 같은 목적으로 제작한 사실을 보여준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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