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롯데홈쇼핑 간부 4명을 구속했다. 방송에 잘 내보내주겠다며 납품업체들로부터 뒷돈을 뜯어내고, 하도급업체를 통해 공사비를 부풀려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다. 이들이 챙긴 돈이 무려 18억원이 넘는다. 이 돈 가운데 일부가 롯데홈쇼핑 사장을 지낸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에게 흘러간 혐의도 포착돼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갑(甲)의 횡포가 끊이지 않는 홈쇼핑업계의 전형적 비리다. 롯데그룹이 2007년 출범시킨 롯데홈쇼핑은 국내 6개 홈쇼핑 업체 가운데 세 번째로 큰 회사다. 이 회사의 전 생활부문장 이모씨는 2008년 12월부터 2년 가까이 황금시간대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해주는 대가로 납품업체 5곳으로부터 9억원을 받았다. 상품 판매기획을 맡았던 정모씨도 납품업체로부터 2억7,000여만원 상당의 돈과 고급 승용차를 챙겼다.
홈쇼핑 관계자는 영세 제조ㆍ납품업체에게 슈퍼갑으로 통한다. 제품은 좋지만, 판매망이 변변치 않고, 광고할 만한 여력도 없는 중소기업들이 방송 한 번 타려면 이들을 상대로 몇 단계의 로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송에 나가기 위해, 또 좋은 시간대를 잡기 위해 상품입점 관계자나 방송편성 책임자들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어렵게 방송에 나가도 큰 수익을 올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34%에 달하는 공식 판매수수료를 떼주고, 배송비와 모델비, 영상 제작비 등 비공식 비용까지 떠맡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늘어난 비용은 제품가격에 반영돼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유통단계를 줄여 질 좋은 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고, 중소기업을 돕는다는 홈쇼핑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수 밖에 없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관련자를 엄벌, 홈쇼핑 업계의 비리와 횡포를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당국은 홈쇼핑 업체에 대한 관리ㆍ감독을 강화해 상품기획 및 방송편성 담당자의 권한 축소, 내부 감시기능 강화 등 비리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방송 시간을 늘리고, 수수료 부담도 낮추도록 유도해 홈쇼핑 도입의 취지를 살려나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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