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볼수록 물건이다. 직구 하나를 꽂으면 시속 150㎞는 가뿐히 넘긴다. 고졸 2년차 투수 조상우(20)가 단숨에 올 시즌 넥센의 최고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아직 등판 횟수는 두 차례에 불과하지만 2경기 모두 퍼펙트로 막았다.
잘 성장한 조상우를 보면 염경엽 넥센 감독은 흐뭇함을 감추지 못한다.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본 염 감독은 지난해 조상우를 1군 엔트리에 넣지 않은 채 1군과 함께 동행하면서 훈련하도록 했다. 구위는 뛰어났지만 투구 시 모자가 벗겨질 정도로 투구 폼이 거칠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이강철 수석코치와 최상덕 투수코치가 조상우를 집중 조련했다. 그리고 공들인 결과물이 올해 빛을 발했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 꾸준히 조상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실전 경험을 쌓고 타자를 많이 상대하면서 싸우는 방법을 터득하기를 바랐다. 또 염 감독은 “머리가 흔들리는 것을 바로 잡으니 제구력이 좋아졌다”며 “(조)상우가 불펜에 큰 힘이 될 것 같다. 신인왕을 탔으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염 감독은 조상우를 한현희-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조에 넣으려고 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을 앞두고 신인급 선수가 중책을 맡아 실패라도 겪으면 위축될까 봐 방향을 틀었다. 염 감독은 “중간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상황에 내보낼 것”이라며 “3점차 이상으로 이기고 있거나 1, 2점차 뒤지고 있을 때 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4월 한 달을 넘기고 5월 이후 어떻게 던지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압박감이 덜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조상우는 마음껏 자신의 공을 뿌렸다. 지난달 29일 인천 SK전에서 8-3으로 앞선 9회말에 첫 등판한 그는 세 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당시 전광판에 찍힌 직구 최고 속도는 156㎞까지 나왔다. 또 지난 1일 목동 두산전에선 1-3으로 뒤진 5회초에 나가 2이닝을 깔끔하게 틀어막고 팀 승리의 발판을 놨다. 타선이 6회말에 대거 폭발하면서 프로 데뷔 첫 승까지 안았다.
조상우는 “감독님이 오프시즌 동안 모자 벗겨지는 것에만 신경을 쓰라고 해서 노력을 했는데 확실히 더 좋아졌다”며 “언제 불러도 자기 역할을 하는 ‘애니콜’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한국스포츠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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