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공기업 임원 자리에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 관료들의 낙하산 논란이 끝이지 않는 가운데 국책기관 및 민간금융기관이 공동출자한 한국기업데이터(KED)도 낙하산 인사로 내홍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의 지원 및 신용평가를 다루는 한국기업데이터는 지난달 31일 대표이사 등 임원 5명을 선임하는 주주총회를 열었지만 결국 선임되지 못하고 무산됐다. 당초 사장에는 기획재정부 국장급 출신의 관료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위선(?)의 재가를 받지 못해 선임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감사, 상무이사 등 다른 임원들의 선임도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한국기업데이터 안팎으로는 감사 자리에는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 내정됐다”, “상무이사에는 신용보증기금 인사가 또 다시 낙하산으로 온다”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상당히 시끄러운 상태다. 임기가 만료된 현 이희수 대표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는 것은 이젠 더 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정권을 창출한 캠프 출신의 낙하산도 문제이지만, 논란이 되는 모비아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도 좀처럼 시정이 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낙하산’ 논란으로 고위 공무원들이 민간기업 대표로 갈 수 있는 자리가 줄고, 관료 조직에서 은퇴하거나 은퇴를 앞둔 공무원은 늘어난 탓에 한국기업데이터처럼 안정적인 자리를 놓고는 이들 모피아간에도 치열한 물밑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국기업데이터는 자본금 700억원, 임직원 수 150명 안팎의 작은 회사이지만, 대표이사의 연봉은 2억원 가까이 된다. 웬만한 금융 공기업 수장이 받는 연봉과 맞먹을 정도다. 또 주주 대부분이 시중은행들로 공공기관이 아닌 탓에 감사원 감사 등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중소기업의 신용평가를 다루는 업무 특성상 민간에서의 경쟁도 치열하지 않고 언론의 주목도 크게 받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가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모피아의 퇴직 후 자리챙기기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라며 “한국기업데이트 역시 검증 절차를 걸친 능력있는 후보를 선임해야 하며 현재 5명인 등기임원 숫자도 조직 규모에 맞게 2~3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2005년 한국기업데이터 설립 이후, 낙하산 인사의 병폐로 올바른 조직문화가 전혀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라며 “임원 선임시마다 대주주인 신용보증기금에서 당연하다시피 2∼3명을 내려 보내고, 임원의 자리가 없으면 1∼2급 직원의 형태로 근무를 시키다가 1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시키는 편법을 사용한다”라고 밝혔다.
익명의 한 직원은 “낙하산으로 온 등기이사들은 회사의 수익성이나 직원의 복지향상보다는 자신들의 자리 챙기기만 생각해 뒷맛이 쓸쓸하다”라며 “심지어 어떤 이사는 점심시간 3시간에 오후 5시면 퇴근해버려 조직문화를 훼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죽하면 외부에서 한국기업데이터를 ‘임원의 천국’이라고 비아냥거리는 말이 생겨날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국기업데이터는 2012년 지분조정을 통해 신용보증기금의 지분을 50%에서 15%로 내리고 시중 7개 은행들이 각각 8.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여기에 지방 은행들이 조금씩 지분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한국기업데이터 임직원들은 3년간 노사가 합심하여 준비하고 검토하여 이사회를 통과한 ‘사옥 취득’에 관한 주주총회 안건이 대주주의 반대를 위한 반대에 의해 부결되자 시위에 나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기업데이터지부 윤주필 노조위원장은 “직원들의 땀과 노력으로 흑자경영을 하고 있지만 복지, 시설은 너무나 낙후한 편이다”라며 “현재 현금보유량이 1,000억원이 넘는데 사옥건립을 위한 투자를 경영진과 등기이사들이 적극적으로 하려는 의지가 없고 윗선의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한국기업데이터는 여의도 본사에 2개 층을 사용하다가 비용 절감을 위해 1개 층으로 줄이고 구로공단에 있는 지사 사무실을 일부 빌려 사용하고 있다. 본사의 공간이 크게 부족하자 직원들은 화장실 앞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근무하거나, 책상을 두는 자리조차 없어 목욕탕용 사물함으로 개인의 책상을 대신하고 있다.
윤주필 노조위원장은 “본사가 여의도와 구로공단으로 나눠진 기형적인 모습으로 운영되다보니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라며 “매년 여의도 본사의 임차료가 증가해 일부 주주는 사옥을 매입하여 임차비용을 줄이고 자산의 투자 수익성을 향상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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