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대자동차의 국내생산량이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자동차도 사실상 정점에서 횡보하고 있으며, 외국계인 한국지엠과 르노삼성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국내 자동차 생산기반의 양적 확대는 사실상 종료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ㆍ아산ㆍ전주공장에서 생산된 현대차는 총 185만대. 전년보다 6만대 감소한 것으로, 국내 공장 생산량이 줄어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국내 공장생산량은 2000년 150만대에서 2012년엔 191만대까지 꾸준히 늘었는데, 사실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됐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의 해외 생산량은 2000년 12만대에서 지난해 287만대로 무려 24배나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공장 생산량이 감소한 것에 대해 현대차는 ▲주간2교대제가 시행됐고 ▲노조 파업이 있었으며 ▲특근거부에 따른 생산차질이 있었던 점을 꼽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작년의 파업기간은 전년(20일)에 비해 5일 짧아 생산차질대수도 적었고 ▲시간당 생산대수 상향조정으로 주간 2교대제 시행에 따른 생산량 감소도 특별히 없었으며 ▲다만 전년에 없던 주말특근거부로 생산차질(8만2,000여대)이 빚어지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전체적 생산량 감소까지 초래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 즉 '높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 국내공장의 대당 투입시간(HPVㆍHour Per Vehicle)는 28.4로 미국공장(14.4), 체코공장(15.8), 중국공장(17.8)보다 월등히 높다. 국내 공장보다 미국 공장의 생산성이 배 가량 높다는 의미다.
기업으로선 임금이 낮고, 생산성이 높은 쪽으로 향할 수 밖에 없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현대차 근로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9,400만원으로 미국 공장 근로자들의 연봉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며 "여기에 통상임금 범위 확대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국내 공장을 더 돌려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현대차는 잇따른 해외공장 설립에도 불구, 국내 공장증설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그러다 보니 국내 생산량 역시 이제 정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이건 비단 현대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GM이 한국지엠 생산물량을 축소하고, 프랑스 르노 역시 르노삼성에 신차를 배정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본사들은 한국공장의 생산성과 비용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높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철수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항구 팀장은 "높은 임금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게 되면 필연적으로 부품단가 인하 압력이 세지게 된다. 2010년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도 결국 본토의 높은 임금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자동차산업의 생산액은 170조8,000억원으로 전체 제조업 생산액의 11.4%, 직간접 고용규모는 176만명으로 전체 제조업 종업원 수의 11%에 달한다. 생산성과 임금 때문에 자동차회사들이 국내생산을 더 이상 늘리지 않고, 만에 하나 줄여나간다면 국내 실물경제 및 고용에 미치는 타격도 그만큼 클 것이란 지적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은 "국내자동차 산업 전체가 살기 위해서는 노조는 임금 인상 최소화 등 생산성 향상에 나서고, 회사는 고급차 생산을 국내공장에 맡겨 고부가가치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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