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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지킴이가 문화재 도굴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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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지킴이가 문화재 도굴꾼

입력
2014.04.0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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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57)씨는 2008년 1월부터 2년 9개월간 인적이 드문 경북 구미시, 칠곡군 일대 문화재 유존 지역(문화재 매장 예상 지역)을 다니며 신라, 조선시대 도기ㆍ토기류 233점을 도굴했다. 이 중에는 조선 초기 중앙정부 관서명이 적힌 '분청 인화 국화문 접시'같은 중요 문화재도 포함됐다.

80㎝~2m 길이의 철제 탐침봉으로 땅을 헤집다 문화재를 훼손하는가 하면,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가짜 매매서류를 만드는 등 전형적인 도굴꾼의 행태를 보였던 장씨는 구미 지역 '문화지킴이' 대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지킴이는 유적지 탐방, 도굴 방지 활동 등을 하며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는 비영리민간단체로, 장씨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경북도에서 총 5,320만원을 지원받았다.

장씨는 도굴한 뒤 개인 박물관에 소장하던 이들 문화재를 2011년 11월 구미 지역 개인사찰 주지 권모(50)씨에게 3억여원을 받고 팔아 넘겼다. 사찰을 꾸미기 위해 불법 문화재를 사들인 권씨는 일용직 노동자 박모(61)씨 등 2명에게서도 유물을 사들였다. 박씨는 2003년 9월 자택 신축공사를 하기 위해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던 중 우연히 높이 170㎝ 무게 1.5톤 크기의 석조 불상을 발견하고 2009년 권씨에게 단돈 200만원에 팔아 넘겼다. 이 불상은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돼 40억원의 가치를 지닌 석조약사여래좌상으로 확인됐지만, 권씨는 불상의 깨진 부분을 시멘트로 복원했다가 오히려 가치를 떨어뜨렸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장씨와 박씨 등 문화재를 불법 판매한 3명과 이를 사들인 권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장씨는 도굴한 문화재 중 일부는 2004년 이전에 구한 것으로 공소시효(10년)가 지났다고 주장, 경찰은 2004년 이후 도굴된 것으로 증거가 나온 69점에 대해서만 도굴 혐의를 적용할 수 있었다. 나머지 167점에 대해서는 불법 매매 혐의만 적용됐다.

경찰 관계자는 "문화재는 도굴한 뒤 공소시효가 완성된 이후 유통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관련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거나 연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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