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기초선거 공천 폐지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언급했다. "국민과의 약속은 천금과도 같은 것인데 이 약속을 결과적으로 지키지 못하게 됐다. 고개 숙여 사과 드린다"고 했다. "잘못된 약속에 얽매이기 보다는 용서를 구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더 용기 있고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정당 공천이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수단이고, 무공천 시 후보 난립 등 후유증이 우려된다는 설명도 했다.
때 늦은 사과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다만 대선 공약의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고 여당 원내대표가 국회 발언의 한 대목으로 처리했다는 점에서 미흡한 대목이 없지 않다. 따라서 대표 연설이 진정성을 갖추려면, 새누리당이 야당과 만나 선거 룰을 다시 논의하여 합의점을 도출하는 노력과 정성을 보여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달라져야 한다. 기초선거 무공천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가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기초선거 무공천이 새정치의 핵심도 아니며, 민생이나 국가안보 등 모든 현안에 우선할 만큼 절대적 가치는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4월 국회가 열리자마자 최고위원들이 서울광장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의원 10여명이 조를 짜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하는 것은 구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야당 입장에서는 안철수 공동대표가 영수회담을 요구해도 박 대통령이 무시하는데 농성으로라도 항의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할 것이다. 이해는 하지만 그러한 방법을 고집할 일은 아니다. 박 대통령만 상대하려 들지 말고, 여야 대표회담 등을 통해 선거 룰을 협상할 수도 있다. 대신 4월 국회에서 기초연금법 등 민생법안들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처리하는데 전력을 기울이는 게 새정치 약속에 더 부합된다.
선거 룰은 합의가 기본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선거 룰로 이득을 취하려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이번 기초선거가 엇갈린 룰 속에서 치러진다면, 그 후유증은 우리 정치를 길고 깊게 괴롭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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