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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4월 2일] 근로시간 단축의 함정과 탈출구

입력
2014.04.0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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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으며 반주로 소주 1병. 사우나에 들렀다가 오후 2시 넘어 사무실로. 일 좀 하다가 6시가 넘으면 야근부터 신청한 후 저녁 먹고 8시쯤 퇴근.' 이는 30여 년 전 직장 모습이다. 대부분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공공부문과 사무관리직에게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당시 노동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매주 토요일까지 하루 10시간 가까이 일했다. 사용자들이 응답한 조사결과가 그랬으니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일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장시간 근로에도 노동생산성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었다.

장시간 근로를 막아보자고 정부가 법을 고쳐 주당 40시간만 일하게 한 것이 10년 전이다. 그렇지만 지난해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오랜 시간 일하였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은 OECD국가 평균의 60% 정도에 불과하다. 30년 전이나 법정 근로시간을 줄인 지금이나 여전히 오랜 시간 일하고 있으나, 생산성은 아주 낮다.

최근 국회와 정부는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당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 외에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추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법원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함에 따라, 국회가 휴일근로를 포함해 총 연장근로를 주당 12시간만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하려고 한다.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화이트칼라의 근로시간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산업이 급속히 첨단ㆍ고도화하면서 제조생산직은 줄고 사무관리직과 연구ㆍ개발직 등 화이트칼라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화이트칼라는 업무 특성상 연장근로가 진짜 필요해서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일하는 속도와 방식을 본인이 조절할 수 있고, 업무 역량에 따라 일의 진척도가 다를 수 있으며, 상사 퇴근 전에는 퇴근하지 못하는 조직문화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장수당을 매월 고정액으로 주는 회사도 있다. 미국에선 아예 연장수당을 주지 않게끔 법에 명시돼 있다.

미국처럼은 하지 않아도 화이트칼라에게 재량근로제를 전면 적용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에는 신기술개발을 위한 연구직과 같이 극히 제한된 직종에 한해서만 노사가 사전에 합의한 시간을 실근로시간으로 간주하는 재량근로제가 허용된다. 이를 화이트칼라 전 직종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연장수당도 못 받으면서 사무실에 남아 있어야 하는 관행도 바꾸고, 근무시간 중에 집중해 일한 후 각자 역량개발에 힘써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다.

둘째, 근로시간 단축에 맞추어 임금조정이 가능하도록 노사정이 대타협을 해야 한다. 노동계는 근로시간만 줄이고 기왕에 받던 임금총액은 그대로 받겠다고 요구하는데, 이런 것이 얼마나 위험한 정책인지는 프랑스 사례에서 드러난다. 프랑스는 장기간 고실업에 시달리자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창출해보려고 했다. 90년대 중반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사용자에게 사회보장부담금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유도하다가, 2002년에는 법정근로시간을 주당 35시간까지 단축했다. 그러나 임금삭감 조치는 하지 않아 사측에 인건비 부담만 가중시켰고, 그 결과 청년 고용은 늘지 않았다. 실업률이 계속 10%대에 머물자 2005년에 결국 근로시간 단축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가장 장시간 일하는 나라였다. 일본 정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심각해진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문제 해결을 위해 법정 근로시간을 87년에 주당 48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고 일자리나누기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근로자 수가 감소한데다 인당 근로시간마저 줄어 결국 국가 전체적으로 총 노동투입시간이 계속 감소해 장기침체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건강한 근로 생활을 담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이다. 그러나 근로자의 임금과 사용자의 생산성, 국가 경쟁력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이다. 외국의 실패 사례를 깊이 들여다보고 종합적인 처방을 가지고 시행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과제이다.

박호환 아주대 경영대학원장ㆍ

노사정위원회 이행평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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