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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신뢰 회복 최우선… 바꿀 건 다 바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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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신뢰 회복 최우선… 바꿀 건 다 바꾸겠다"

입력
2014.04.0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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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소통 강화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통해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 펴겠다중앙은행 역할 확대 시사금융안정·성장 조화롭게 추구… 시대적 요구 담을 방안 연구김중수식 조직·인사 대수술경영·업무 효율성 전면 재검토… 실적·평판이 주요 인사기준 돼야

2인자(부총재)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더구나 1인자(총재)와 철학이 상반된 경우였기에 더더욱. 2년 간의 공백을 거쳐 2인자에서 1인자 자리로 컴백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일 취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여러 메시지를 던졌다. 고심의 흔적이 묻어났지만, 방점은 '바꿀 건 바꾸겠다'는 데 찍혀 있다.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또 자신의 보폭대로 걸어가겠다는 얘기다. 취임사를 통해 막 닻을 올린 '이주열 호(號)'의 예상항로를 전망한다.

무너진 신뢰 회복한다

이 총재는 35년을 한은 주요 보직에 몸 담았던 '정통 한은맨'이다. 외부 인사였던 김 전 총재는 취임부터 퇴임까지 '글로벌 한국은행'을 최고의 기치로 내걸었지만, 이 총재의 무게중심은 역시 통화정책에 있다. 그는 "한은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중앙은행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통화정책의 핵심은 경제주체의 기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데 있으며 이는 중앙은행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만 실현 가능하다"고 했다. 김 전 총재 재임 4년 동안 중앙은행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통화정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에두른 표현이었다. 그는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 운용과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책 효과를 제고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모두 김 전 총재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내용들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역할 확대에 대해서는 전임자와 뜻을 같이 했다. 이 총재는 "물가안정뿐 아니라 금융안정과 성장 또한 조화롭게 추구하라는 시대적 요구를 담아낼 수 있을지 깊이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재가 전날 고별 강연에서 "한은에 조금 더 확대된 금융안정 책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언급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조직과 인사 뜯어 고친다

이 총재가 부총재 재임 시절 김 전 총재와 가장 큰 마찰이 있었던 부분이 조직 및 인사관리였다. 김 전 총재는 한은의 전통적인 역할 및 인사 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뒤엎었고, 이 총재는 2년 전 부총재 퇴임사에서 "60년에 걸쳐 형성돼 온 고유의 가치와 규범이 하루 아침에 부정됐다"고 각을 세운 바 있다.

취임식 발언은 예상보다 더 강했다. "현재 경영관리 시스템이나 업무수행 방식의 효율성을 전면 재점검하겠다." "도입 취지와 달리 업무 능률을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이 드러난 조치가 있다면 곧바로 개선 작업에 착수하겠다." 확 뜯어고치겠다는 얘기였다.

이 총재는 조직에 대해서도 "통화정책 등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는지도 점검해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언급했다. 김 전 총재가 통화정책이나 금융시장 관련 핵심부서를 축소하는 대신 인재개발, 커뮤니케이션 등 경영관리 부서를 대폭 늘렸던 것을 다시 복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인사와 관련해서도 "오랜 기간 쌓아 온 실적과 평판이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공서열을 파괴한 '김중수 식 발탁 인사'를 그대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한은 직원은 "강도 높은 개혁이 가져올 부작용을 이 총재도 잘 알고 있는 만큼 급진적으로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 해도 철학이 완전히 다른 만큼 서서히 '김중수 지우기'를 진행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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