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가 웅진(공주)에 도읍하던 시기의 왕성으로 지목되는 공주 공산성(사적 제12호)에서 백제시대 판축(흙판을 시루떡 쌓듯 켜켜이 쌓아 지반을 다지는 공법) 성벽이 확인됐다. 공산성은 그 동안 성 안에서 백제 유물과 유구가 많이 출토됐으나 성벽에서 백제 때 쌓은 성임이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공주대박물관은 공산성 전체 2.6㎞ 중 지난해 9월 14일 붕괴한 석축 구간(9m)을 발굴 조사한 결과 암반을 ㄴ자 모양으로 깎은 뒤 약 3m 너비로 판축한 성벽 원형이 드러났다고 1일 밝혔다. 이번 발굴은 성벽 붕괴에 따른 긴급 조사로 지난해 11월 5일 시작됐으며 5월 18일 완료된다. 붕괴 구간 조사가 끝나면 여기서 이어지는 동쪽 성벽 구간(9m)을 추가 발굴해 공산성의 축성 현황을 더 자세히 규명할 계획이다.
백제는 한성(서울)에서 웅진으로, 다시 사비(부여)로 도읍을 옮겼는데 한성 시기 풍납토성과 사비시대 부소산성 성벽은 조사를 통해 축조기법이 밝혀진 반면, 웅진 시대 왕성인 공산성의 축조 기법은 알 수 없었다. 발굴 책임자인 이남석 공주대 교수는 "이번 조사를 통해 일부 구간에서나마 성벽을 쌓은 방법이 구체적으로 확인됨으로써 백제 성벽 축조 기법의 변천사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성벽 붕괴 원인은 조사 중이다. 지난해 붕괴 당시 당국은 전날 내린 폭우 탓이라고 발표했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공산성 주변 금강을 준설한 4대강 공사로 지반이 약해진 탓이라며 반박했었다. 그러나 이번 발굴에서 4대강 공사 탓이라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성벽 안쪽을 돌로 채운 방식이 허술해서 빈틈이 많은 것으로 볼 때 구조적 취약성이 붕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발굴 과정에서 한국전쟁 당시 군인용 수통, 1970년대 사탕 봉지 등이 나와 이 구간이 현대에 와서도 지속적으로 개보수가 이뤄졌던 지역임을 알 수 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