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이 끝내 자살하는 확률이 자살을 시도하지 않았던 사람에 비해 25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60대 이상, 남성일수록 다시 자살을 시도해 목숨을 끊는 일이 많았다. 2012년 자살예방관리법 시행에 따라 정부가 실시한 전국 규모의 첫 자살실태조사에서 이같이 밝혀졌다.
1일 보건복지부가 2007년 1월~2011년 12월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등 전국 16개 병원에 실려온 자살시도자 8,848명의 의료기록과 통계청 사망자료를 분석한 결과 236명이 결국 목숨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 시도 전력이 있는 이들의 자살률은 10만명 당 약 700명으로 일반인의 자살률 10만명 당 28명(2012년)보다 25배나 높다. 자살을 시도했다가 목숨을 건졌더라도 다시 자살할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남성, 60대 이상일수록 재차 자살을 시도해 결국 숨을 끊는 일이 많았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그 비율이 1.9배 높았다. 연령별로는 10대를 기준(1.0)으로 했을 때 40대(1.98) 50대(1.97)는 약 2배, 60대(3.6배) 70대(2.97)는 3배 안팎으로 치솟았다. 또 이들 중 50~69세의 48.8%, 70세 이상의 73.2%가 신체질환이 있었고 44%는 음주상태로 자살을 재시도했다.
노년층 자살률이 높은 것도 이와 연관이 없지 않다. 2012년 보건복지부의 '연령별 자살률 현황'에 따르면 10만명 당 자살자 숫자는 80세 이상(104.5명)이 가장 높고, 70~79세(73.1명), 60~69세(42.4명)이다.
자살의 원인은 우울감 등 정신과 문제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대형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자살 시도자 1,359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실시한 결과, 37.9%가 '우울감 등 정신과적 증상'을 자살을 시도한 이유로 꼽았고,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31.2%), '경제적 문제'(10.1%), '고독'(7.1%) 등이 뒤를 이었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고령 남성 자살시도자의 경우 절반 이상이 자살 시도 후 7개월 안에 자살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노년의 남성 자살 시도자에 대한 자살예방대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