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000여개 매장에 잼을 공급하는 청년 재벌이 있다. 1년에 생산하는 잼만 100만병. 18세에 영국의 고급 슈퍼마켓인 웨이트로즈에 최연소 납품업자로 선정됐고, '영국 젊은 기업가상'등 20개가 넘는 상을 타며 BBC, 포브스 등 유력 언론들이 앞다퉈 스타 기업가로 소개했다. 주인공은 바로 '잼보이(Jam Boy)'로 유명한 프레이저 도허티(26) 슈퍼잼 최고경영자(CEO)이다.
주한 영국대사관과 영국무역투자청이 패션, 음식, 디자인 관련 영국 기업들을 소개하기 위해 4일까지 개최하는 '그레이트 위크'의 기업 사절단 중 한 명으로 방한한 그는 3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성공비결에 대해 "설탕 없이 과일과 과즙만을 이용해 만들었기 때문에 제품 경쟁력이 있고, 100% 천연 과일잼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단순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디자인, 여기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토리가 더해진 것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그의 성공에는 그가 잼 산업에 뛰어든 배경이 알려진 것도 한몫했다. 14세 때 할머니가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 지방 방식으로 잼을 만드는 것을 옆에서 보고 배운 제조비법을 토대로 이웃들과 동네 장터에 나가 팔기 시작했다. 이것이 2012년 연 매출 800만 파운드(약 140억원)를 기록한'슈퍼잼'성공신화의 출발점이다.
"잼 시장은 정체기였습니다. 문제는 설탕 함유량 때문이었죠.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 잼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오랜 시간 부엌에 처박혀 밤을 새우며 과일주스 농축액을 졸여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슈퍼잼을 완성하게 됐죠. 2007년 웨이트로즈에 입점한 첫 날 무려 1,500병이 팔렸습니다. 정말 신기하고 즐거웠지요."
슈퍼잼은 웨이트로즈 입성 후 월마트, 모리슨과 같은 대형마트에도 공급되고 있으며 매출은 매년 50%씩 신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해 8월부터 슈퍼잼코리아를 통해 온라인과 일부 백화점에서 판매 중인데 병당 1만원 안팎의 고가이지만, 입소문을 타며 건강에 관심 있는 이들과 선물하려는 수요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그는 2007년부터 홀몸 노인과 양로원 등을 찾아 빵과 함께 슈퍼잼을 제공하는 '티파티'를 열고 있다. 연평균 100여 차례 열리는데 1년에 500여명이 참석한다. 그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티파티를 열고, 슈퍼잼 제조비법을 알려주고 있다"며 "한국 실정에 맞는 티파티를 개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의 꿈은 슈퍼잼에서 멈추지 않는다. 영국에서는 환경과 꿀벌을 보호하기 위해 도시 양봉을 통해 얻은 꿀로만 만든 '슈퍼허니'를 판매하고 있다. 또 영국산 차를 조합해 슈퍼잼과 어울리는'슈퍼티'개발에도 여념이 없다.
"한국에서도 서울 시내에 양봉장을 마련한 어반비즈서울과 한국판 슈퍼허니를 출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호떡과 같은 한국 음식에 슈퍼잼을 넣어보는 요리법도 연구 중이죠."
그는 자연과 환경, 동물 보호를 위해 채식주의자가 됐다. 그의 목표는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잼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그를 통해 나도 행복감을 느끼고 싶었다"며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잼이고 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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