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를 수사했던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문서 위조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외부협력자가 위조문서를 구해올 수밖에 없다고 보고했는데도 금품까지 제공하며 이를 지시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31일 유씨 사건을 담당했던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모(48) 과장과 외부협력자 김모(62)씨를 모해증거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조작 의혹이 불거진 지 45일, 정식 수사로 전환한 지 24일 만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과장은 지난해 12월 7~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지에서 김씨를 만나 유씨 변호인측이 6일 재판부에 제출한 중국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명의의 유씨 출입경기록 오류 정황설명서를 반박하는 내용의 문서를 구해 오라고 지시했다. 김씨가 "가짜를 만들어 올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김 과장은 "중국에서 문제될 리가 없으니 걱정 말라"며 확인서에 들어갈 내용까지 일러주며 위조를 지시했다.
김씨는 중국으로 건너가 컴퓨터로 직접 확인서 내용을 작성한 후 검사참 관인을 제작해 줄 위조업자를 접촉했다. 김씨가 김 과장에게 "가짜 관인 제작에 4만위안(740만원)이 필요한데 지급이 가능하냐"고 문의하자, 김 과장은 "그대로 진행하라"고 승낙했다. 검찰은 김 과장 외에도 지난 22일 자살을 기도한 국정원 권모 과장과 중국 선양(瀋陽) 총영사관의 이인철 영사가 문서위조 과정 전반에 걸쳐 공모한 사실도 확인했다.
김 과장은 지난 2월 중국 정부가 항소심 재판부의 사실조회 요청을 받고 "검찰측 증거 3건이 모두 위조됐다"고 회신한 내용이 공개되기 전날까지 김씨를 통해 유씨의 출입경기록과 공증서를 위조한 사실이 이번 수사 결과 새롭게 드러났다.
검찰은 그러나 김 과장에 대해 형량이 무거운 국가보안법상 날조 혐의 대신 형법상 모해증거위조 혐의를 적용해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공수사국에서 문서 위조가 조직적으로 자행된 점에 비춰 국정원 '윗선'이 개입한 정황이 농후하지만 '꼬리 자르기'로 수사가 마무리될 가능성도 높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말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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