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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NLL 인근 사격] 북한, 3시간여 동안 500여발 쏴… 北어선 나포됐던 지점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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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NLL 인근 사격] 북한, 3시간여 동안 500여발 쏴… 北어선 나포됐던 지점에 집중

입력
2014.03.3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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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화약고'인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31일 벌어진 일촉즉발의 상황은 북한군의 전례 없는 예고로부터 시작됐다.

이날 오전 8시쯤 우리 해군 2함대를 수신인으로 하는 북한군 서남전선사령부 명의의 팩스 한 통이 판문점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들어왔다. 당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에 설정한 해상 구역 7곳에서 포병사격 훈련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이었다. 늘 감청 등으로 파악해야 했던 북한군 사격 훈련 여부를 통보 받은 건 처음이다. 일상적인 훈련인지 예고된 도발인지 북한군의 의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우리 군은 이를 청와대ㆍ국방부 등 관련 기관에 통보하는 한편 백령도 등에 설치된 음향 표적 탐지 장비 '할로(HALO)'와 신형 대포병 레이더 '아서(ARTHUR)'를 가동, 북한군 동향에 대한 정밀 감시에 들어갔다. 공군 대북 정찰기 RF-4와 지상감시레이더, 지상관측장비 등도 모두 동원됐다. NLL 인근 북측 지역 해안 절벽 동굴 속에 숨겨진 해안 포진지가 주요 감시 대상이다.

오전 9시30분부터 북측 해안포 포문 열려

황해도 장산곶과 강령반도 일대 북측 해안포 진지에서 심상찮은 움직임이 우리군에 포착된 건 오전 9시30분쯤. 평소 닫혀 있던 해안포 진지가 속속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위기조치반이 가동됐고, 주요 지휘관들은 합참 신청사 지하 군사지휘본부로 이동, 곧 이어질 사태 전개에 대비했다.

북한군은 낮 12시15분부터 포 사격을 개시했다. 사격 구역 설정 사실을 우리 측에 알린 지 4시간15분 만이다. 백령도 인근인 장산곶ㆍ옹진반도와 연평도 근처 강령반도ㆍ기린도ㆍ월내도ㆍ대수압도 등의 해안포 포문이 모두 열렸고 방사포(다연장 로켓) 포구도 남측을 겨냥했다.

군의 대응이 더 긴박해졌다. 합참은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를 거쳐 백령도ㆍ연평도의 해병 부대에 주민 긴급 대피령을 내렸고 서북도서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도 모두 복귀토록 조치했다.

사격은 오후 3시30분까지 7개 해역에서 8차례에 걸쳐 이어졌다. 북한군 4군단에 소속된 100㎜ 해안포와 122㎜ 및 240㎜ 방사포가 NLL 쪽으로 불을 뿜으며 500여발의 탄환을 토해냈다. 122㎜ 방사포 일부는 육상 대신 해상의 '화력지원정'(함정)에서 발사되기도 했다.

오후 2시부터 북한 포 백령도 방향으로 집중

북한 해안포와 방사포가 집중된 곳은 백령도 동북쪽 해상. 얼마 전 우리 해군이 NLL을 침범한 북한 어선을 나포한 지점이다. 북측은 확성기로 "우리 지역에서 정상적인 포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지만 백령도를 위협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특히 오후 2시쯤부터는 백령도 방향만 겨냥해 포를 쐈다. 해군 레이더(아서) 등에 나타난 포탄 궤적 분석과 육안 관측을 통해 NLL 남쪽 해상으로 북측 포탄이 떨어지는 게 확인되자 서방사는 주저 없이 대응 사격에 나섰다. 이미 북측에 "NLL 이남으로 사격할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는 뜻을 천명해둔 터였다.

대응 포격에는 백령도 등에 배치된 자주포 'K-9'이 사용됐고 발사된 포탄 300여발 모두 NLL 이북으로 넘어갔다. 100여발이 NLL 이남 해상에 떨어진 데 따른 보복 대응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 포탄이 우리 영토에 떨어지지 않은 만큼 도발 원점 타격에 나서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각각 대구와 청주가 모(母)기지인 공군 주력 전투기 F-15K와 KF-16도 오전부터 2대 단위로 NLL 이남 해상 상공까지 올라가 초계 비행을 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황해도 상공의 미그기에 대응하고, 북한의 포탄이 백령도에 떨어질 경우 원점 타격을 가하기 위해서다. NLL 남쪽 해상에 배치한 유도탄 고속함과 한국형 구축함 등 해군 전력도 평소 초계 활동 구역보다 북상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NSC 소집, 대응방향 논의

청와대는 이날 오후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 북측의 도발 상황과 우리 군의 대응조치에 대해 국방부 보고를 받고 우리의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협의했다. NSC는 북측의 향후 도발에 대비, 서북 도서지역뿐만 아니라 DMZ 인근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도 취해 나가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관련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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