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안정목표의 하한을 2.5% 이하로 낮추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임기 마지막 날인 31일 임직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2013~15년 기간의 물가 목표를 정할 때 상한을 4.0%에서 3.5%로 낮춘 것은 적절했다고 판단한다"면서 이렇게 언급했다. 한은은 2012년 하반기 2013~15년 3년간의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2.5~3.5%로 책정했지만, 이후 소비자물가(CPI)는 줄곧 1% 초반대에 머물면서 목표와 현실의 괴리가 심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총재는 하지만 "우리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2% 후반대에 오랜 기간 잘 안착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향후 중앙은행의 역할과 관련 "한은에 좀 더 확대된 금융안정 책무를 부과하는 것이 글로벌 추세에 더 적합하다"며 "금융안정 기능이 확대되면 영국처럼 금융정책위원회(FPC)와 통화정책위원회(MPC)를 분리하는 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FPC는 영란은행(BOE) 산하에서 금융안정을 담당하는 기구로, 기준금리 결정 등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MPC와 별도로 운영된다.
한편 김 총재는 대부분 조직 수장들이 마지막 자리에서 임기 중의 소회를 짤막한 이임사에 담아 표현하는 것과 달리 임직원을 상대로 1시간 남짓 고별 강연을 택해서 주목을 받았다. 사전에 배포한 강연 자료는 일일이 주석까지 달아놓은 한 편의 논문이었다. 그는 "동료 직원들에게 남기고 싶은 지식과 경험을 강의 내용에 담아 전달하는 것은 도적적 의무라고 판단했다"며 "외국에서는 중앙은행 총재의 고뇌가 중요한 사료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고별 강연을 사료로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한 한은 간부는 "임기 4년 동안 남겨 놓았던 자취가 후임 총재가 들어서면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적잖이 묻어났다"고 평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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