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상장기업 사업보고서 제출 마감일인 어제 대부분 대기업들이 등기임원 연봉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연봉 5억원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은 사업보고서에 보수를 명시토록 했기 때문이다. 최태원 SK 회장(300억원대)이나, 정몽구 현대차 회장(140억원대) 등 대기업 오너의 보수가 가장 많았다. 전문경영인으론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 67억원으로 최대였다.
직장인이나 서민 입장에선 입이 딱 벌어지는 금액이다. 벌써부터 상대적 박탈감이나, 사회적 위화감 증폭 등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고액연봉 자체가 근거 없이 시기와 비난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회사가 망해가는 데도 천문학적 연봉을 챙겼다면 모를까, 정당한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면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경영진의 고액 연봉은 직원의 근로의욕과 동기부여를 북돋아 주고, 회사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적 수단이 된다.
눈에 띄는 건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해 회장이나 부회장 직함으로 기업경영을 좌지우지하면서도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아 공개대상에서 빠진 대기업 오너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의 수입을 공개하는 방안도 추가로 강구되어야 한다. 임원 보수 공개의 목적이 경영자가 성과에 걸맞은 보수를 받고 있는지 공개함으로써 주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경영진을 투명하게 평가, 책임 경영을 구현하는 데 있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
경영진의 연봉이 얼마가 적정한 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다. 업종별, 회사 별로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사회의 일반 통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전문경영인은 몰라도, 막대한 연봉을 챙기는 일부 대기업 출신 2, 3세 오너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부정적이다. 비록 부결됐지만, 지난해 스위스에서 최고경영자의 연봉을 근로자 평균 연봉의 12배까지로 제한하는 법을 국민투표에까지 붙인 점은 시사적이다. 일 잘하면 연봉을 많이 받는다는 당연한 원칙도 양극화가 심각한 현실에선 사회적 공감대를 먼저 넓히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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