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규제의 수를 줄이는 식의 규제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소비자, 근로자, 환경, 기업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쪽으로 규제를 개선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장관회의에 직접 참석했던 스콧 와이트먼(사진) 주한 영국대사를 지난 27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곳에선 영국의 문화와 산업을 홍보하는 '그레이트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 영국은 현재 한국정부가 추진중인 규제개혁정책의 모델케이스로 꼽힌다. 무엇이 올바른 규제개혁인가.
"영국의 규제 정책은 획일적 규제완화(deregulation)보다 규제 자체를 좋게 만든 것(better regulation)이다. 규제완화가 규제의 수를 줄이는 게 목적이라면, 규제를 개선하는 건 규제문화를 질적으로 바꾸는 걸 뜻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모든 규제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그래서 불필요하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규제는 일단 없애는 게 좋다. 하지만 소비자 근로자 기업 등에 필요한 좋은 규제, 착한 규제는 남겨야 하는데 이 또한 가급적이면 비용을 줄이고, 가능하다면 규제 아닌 다른 대안이 있는지를 꼭 검토해야 한다."
-한국에선 정권 때마다 규제완화를 시작했다가 임기 말이 되면 흐지부지된다. 영국에선 어떤가.
"영국도 그간 수많은 규제완화시도가 있었지만 계속 실패해오다 2010년 '규제비용총량제(One In, One Out)'를 도입하면서부터 정권에 관계없이 규제정책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정책을 수립했고 이를 시행하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또 규제정책이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고 기업들도 비용이 절감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면서 영국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고 있다."
-보수정당은 작은 정부와 규제 개혁을 원하지만, 진보정당은 정부의 시장개입을 정당화하는 것 아닌가. 영국 노동당은 어떤가.
"규제를 줄이기 위한 정부 산하 규제개선기구(Better Regulation Executive)는 오히려 영국 노동당이 집권하던 2006년에 설립됐다. 규제 개선은 결코 보수당만의 이념은 아니다. 정권에 관계없이 지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형태는 달라질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시행될 것이다."
-영국은 제조업보다 금융서비스가 강한 나라다. 하지만 금융 분야는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게 세계적 추세인데.
"그렇다. 영국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중앙은행의 금융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등 금융산업에 대한 강한 규제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가 너무 강하다. 이는 투자기관과 금융회사들의 의욕을 꺾게 된다. 금융분야도 규제를 완화해야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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