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에 이용됐거나 이용 가능성이 높은 일명 '대포물건' 단속 한 달간 무려 3,135개가 경찰에 적발됐다. 대포통장은 농협, 대포폰은 KT에서 가장 많이 개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2월 24일부터 이달 23일까지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대포물건에 대한 집중단속을 실시, 1,400명을 검거해 58명을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이 사용하다 압수된 대포물건은 대포통장 2,172개, 대포폰 626개, 대포차 337대다.
대포통장은 농협 통장이 1,099개(50.6%) 개설돼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어 우체국(19.1%) 신한은행(6%) 새마을금고(4%) 순이었다. 대포통장 명의는 개인(1,993명)이 대부분이었지만 법인(178개)도 상당수 적발됐다. 농협과 우체국은 농어촌지역까지 촘촘히 지점을 둔 덕에 접근이 용이해 대포통장이 많이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경찰은 농협의 경우 타 금융사와 달리 중앙회와 지역농협으로 분리 운영돼 중앙회의 관리감독이 비교적 약한 점도 대포통장 개설이 많은 이유 중 하나로 추정하고 있다.
대포폰은 이동통신 3사 가운데 KT에서 개설된 게 492대(78.5%)로 가장 많았고, SKT는 61대(9.7%), LG유플러스는 44대(7%)였다. 대포폰 개통은 인터넷 판매 이용이 59%로 휴대폰 대리점(41%)보다 높았다. 특히 인터넷 개통 대포폰 369대 중 360대는 KT에서 이뤄졌다.
개인정보를 꼼꼼히 확인할 수 없는 인터넷 휴대폰 판매가 대포폰 양산에 악용되자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9월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인터넷 개통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경찰은 최근 밝혀진 KT 개인정보 유출이 대포폰 유통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KT 홈페이지에서 지난해 2월부터 약 1년간 1,200만명의 개인정보를 빼낸 해커와 이를 휴대폰 판매에 사용한 업자들을 적발했다.
대포차는 적발된 337대 중 254대(75%)가 자동차매매 업체를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은 사기 등 범죄에 사용될 경우에만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대포차는 타다 적발되면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포통장과 대포폰도 범죄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개설 자체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을 관계부처들이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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