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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3월 31일] 감독자는 누가 감독하나

입력
2014.03.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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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본주의 경제에서 금융회사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의 공급자들을 대신해 자금의 차입자 또는 투자처를 감시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여러 예금주의 돈이 금융회사로 모여 최종적으로 기업에 대출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모든 예금주가 제각기 차입 기업의 경영을 직접 감시하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다. 이에 따라 예금주들이 기업경영의 감독을 금융회사에 위임(delegated monitoring)하게 된다.

문제는 기업에 대한 감시권한을 위임받은 금융회사가 임무를 게을리하거나 오히려 차입 기업과 짜고 예금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회사에 대해 여러 가지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금융감독도 그러한 장치 중 하나이다. 감독 당국은 금융회사가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지, 금융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지 검사하고 감독한다.

그런데 금융감독이 도입되었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금융회사가 차입 기업과 결탁할 수 있는 것처럼 금융감독자가 금융회사와 결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KT E&S의 사기대출 사건에서처럼 금융감독원의 직원과 금융회사, 차입기업 등이 중층적으로 연결되는 경우 피해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다. 이에 대응해 상위 감독기구를 계속해서 추가로 설치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감독자의 감독(monitoring the monitor) 문제는 무한히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끝없이 감독기구를 세워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감독기구 간의 경쟁과 견제 기능을 도입하는 것이다. 금융회사 간에도 경쟁이 적절히 이루어져야 금융소비자의 혜택이 커진다. 마찬가지로 금융감독기구 사이에도 경쟁이 도입되어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면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이 더 충실해지고 결과적으로 금융소비자에 대한 보호와 서비스 제공이 더 좋아질 수 있다.

마침 국회에서는 금융감독기구를 분리하는 법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건전성 감독을 담당하는 기구와 금융소비자 보호 및 영업규제를 전담하는 기구를 분리하는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흔히 쌍봉형 감독체계라 불리는 감독기구의 분리 문제는 원래 두 가지 목표 간의 상충 문제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즉 금융소비자 보호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규제 목표와 상충하므로 건전성 감독기관과 분리된 금융소비자 보호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립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가 설립되더라도 두 가지 목표는 여전히 상충하며 결국은 갈등의 내부화냐 외부화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여기서 갈등의 외부화는 바로 감독기구 간의 경쟁 문제로 직결되므로 감독체계 개편의 문제는 감독기구 간 경쟁 문제를 고려해야만 한다.

감독기구 간의 경쟁 문제는 여러 가지 민감한 이슈들을 내포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 논의되고 있는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뿐 아니라 예금보험공사나 거시건전성 유지의 책임이 있는 한국은행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들 기관의 감독 중복이 지나칠 경우 금융회사의 부담이 과중하게 된다. 거꾸로 이들 기구 모두 관심을 덜 갖고 있거나 경계가 모호한 부문에서 감독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경우 치명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감독기구들이 금융회사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봐주기 경쟁을 한다거나 다른 감독기구의 잘못을 들추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등의 폐해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문제들을 세심하게 고려한 감독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논의를 보면서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매우 더디기도 하고 때론 후퇴하면서도 결국은 더 나은 제도를 만들어 왔다. 금융감독의 문제도 그러하리라 기대한다. 더 나은 금융감독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묵묵히 금융감독 본연의 임무를 성실하고 청렴하게 수행해 온 대다수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노고를 보상하는 길이기도 하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대학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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