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이 뜨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대책으로 일환으로 혼합형도 고정형 상품으로 인정해주겠다고 하자 은행들이 잇따라 관련 상품의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 일부 은행에서는 혼합형의 금리가 변동형보다 낮아지기도 했다. 금리 변동 위험은 변동형보다 적고, 금리 수준은 고정형보다 나은 혼합형의 이점이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기업 신한 외환 우리 하나 등 시중은행 6곳은 최근 혼합형 대출금리를 0.15~0.55%포인트 인하했다. 혼합형은 대출 초기 3~7년간 고정금리가 적용되고, 이후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 등에 연동하는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상품이다.
신한은행은 혼합형 대출인 '신한 금리안전 모기지론'의 금리(3년 고정형)를 최근 연 3.45~4.15%로 내렸다. 1월과 비교하면 0.05~0.55%포인트 낮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도 혼합형 상품의 금리를 0.20%포인트씩 내려, 각각 3.27~3.67%, 3.81~4.67% 수준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0.15%포인트씩 금리를 내렸다. 외환은행의 혼합형 상품인 'Yes 안심전환형 모기지론'은 3.38~3.41%, 하나은행의 '하나고정금리 모기지론'도 평균 3.77%다.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낮아지면서 변동형 대출과의 금리 격차가 크게 줄었고, 일부 은행에선 혼합형 금리가 더 유리해진 경우도 있다. 평균으로 따졌을 때 변동형 3%대 중반, 혼합형 3%대 후반, 고정형 4%대라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은행들이 혼합형 상품의 금리를 일제히 낮춘 건,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에 취약한 변동형 대신 혼합형과 고정형 대출을 늘리도록 지도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2016년까지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혼합 및 고정형 상품의 비율을 40%로 맞춘다는 방침이다.
은행들도 저금리 기조 속에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 꾸준한 대출 수요를 늘릴 수 있는 혼합형 비중 늘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 신한 외환 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은 혼합형 대출 특판에 돌입하고, 일부 은행은 금리 인하를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도 혼합형 상품은 최소 수년간 금리 상승의 위험을 줄이면서 낮은 이자로 대출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장기 고정형 상품의 금리가 상승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혼합형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주택금융공사가 집계한 올해 1월 취급 적격대출의 평균 금리는 4.53%로 같은 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 3.75%보다 0.78%포인트 가량 높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형과 변동형의 장점을 모아 놓은 게 혼합형"이라며 "금융당국에서도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혼합형 비중 늘리기를 요구하는 만큼 주택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에게는 관련 상품의 금리가 낮은 지금이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혼합형은 앞으로 저금리 기조가 계속된다면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반면, 변동으로 바뀌는 시점에 금리가 올라간다면 이자 부담이 더 늘 수도 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