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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원하는 대로… 신소재 '메타물질'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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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원하는 대로… 신소재 '메타물질'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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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3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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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스텔스 기능을 갖춘 F-35A를 차기 전투기로 최근 확정했다. 스텔스는 적의 레이더가 아군을 발견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이다. 스텔스 기능을 가진 군용기는 적의 레이더에서 비둘기만한 작은 새처럼 보인다. 웬만한 레이더로는 전투기인지 새인지 구별해낼 재간이 없다.

과학자들은 이 스텔스 기능이 머지않아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내다본다. 레이더에 아예 눈곱만큼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스텔스기가 등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인공 물질 덕분이다. 최근 상용화 경쟁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이 물질을 과학자들은 '메타물질(Meta material)'이라고 부른다.

'메타'는 그리스어로 초월한다는 뜻이다. 메타물질은 그러니까 자연계에 이미 존재하는 물질의 고유한 특성을 뛰어넘는 물질이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 물질로는 구현하거나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능을 갖는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아니다. 메타물질의 재료는 자연계에 원래 존재하는 것들이다.

자연계 물질은 대부분 내부가 균일하게 구성돼 있다. 가령 철 내부에는 철의 고유한 특성을 가진 원자들이 일정하게 배열돼 있다. 기존 물질의 내부에 물리화학적으로 다양한 처리를 해 일부분만 원하는 특성을 나타내도록 조작해 만드는 게 바로 메타물질이다. 철의 고유한 특성은 유지하되 철에 없던 새로운 기능도 함께 갖는 것이다.

메타물질은 희한하게도 파동의 움직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메타물질을 활용하면 빛(전자기파)과 소리(음파), 파도(역학파동) 등 파동 형태가 나타나는 자연현상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다. 레이더망에 아예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능이 그 예다.

레이더로 비행기를 찾아낼 때는 전파를 쏴 비행기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신호를 탐지한다. 되돌아오는 전파가 뚜렷하고 많을수록 어떤 물체인지 확실히 식별할 수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군사강국들이 지금까지 개발한 스텔스기는 대부분 전파를 흡수하는 특수 물질을 전투기 표면에 바르는 방식이다. 전파의 상당 부분이 이 물질에 빨려 들어가 되돌아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레이더에는 극소량의 신호만 탐지된다. 표면에 바르는 특수 물질 없이는 스텔스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기술을 상용화한 나라들만 이익을 챙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전파를 흡수하는 특수 물질을 바르는 대신 메타물질로 전투기를 만들 궁리를 하고 있다. 메타물질은 레이더에서 날아오는 전파가 기체에 아예 닿지 않고 피해 가도록 조절할 수 있다. 되돌아오는 전파가 없으면 레이더는 아무 것도 탐지하지 못한다. 적의 레이더망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다.

지난달 연세대와 미국 듀크대 공동연구진이 개발에 성공한 투명망토 기술도 원리가 비슷하다. 사람이 물체를 볼 수 있는 건 빛이 물체에서 반사돼 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타물질로 만든 망토를 입으면 빛이 망토에 부딪히지 않고 비켜간다. 때문에 망토를 입은 사람은 안 보이고 그 뒤에 있는 물체가 보인다. 결국 메타물질을 활용하면 빛을 원하는 대로 제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물이 담긴 컵에 막대를 꽂으면 막대가 휘어 보인다. 이때 휘는 정도는 빛의 경로 등에 따라 일정하게 정해진다. 자연의 섭리다. 하지만 막대에 메타물질을 처리하면 원하는 각도와 방향으로 휘어 보이게 할 수 있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셈이다. 이런 원리를 응용하면 고해상도 영상을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범위에서 자유자재로 확대하고 축소하는 게 가능하다. 의료 영상의 해상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진단 정확도를 향상시키고, 반도체 공정에서 같은 면적에 더 많은 회로를 집적해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음파를 제어하는 메타물질을 만들어 아파트 바닥이나 천정에 넣으면 층간 소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나 방파제 같은 대규모 구조물에도 응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지진파가 원전 안전에 치명적인 취약 부위를 비켜가도록 설계하거나 지진해일(쓰나미)이 인구 밀집 지역 쪽으로 오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방파제를 건설할 수 있다. 메타물질의 산업적 활용 범위는 상상 이상이다.

메타물질의 개념은 1970~80년대에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창기엔 물리학자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졌기 때문에 상용화보다는 학문적 접근에 주력했다. 각국이 메타물질의 상업적 가능성에 주목한 것은 불과 10여 년 전부터다.

한국기계연구원이 내놓은 '기계기술정책' 최신 보고서에서 메타물질은 3차원 프린팅,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등과 함께 미래 신소재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할 분야로 꼽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곽기호 기계연 선임연구원은 "실제로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은 연 수백억원을 투자하고 집중 연구기관을 세우는 등 메타물질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개별 과학자 위주로 소毒?연구만 진행할 뿐 국제적인 흐름에는 뒤처져 있다.

기계연의 이학수 나노융합기계연구본부장과 정준호 책임연구원은 "최근 미국에서는 메타물질 상용화를 목표로 한 벤처기업이 생겨나고 있다"며 "한국도 대량 생산 등 상용화에 필수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국가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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