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에서 '통일 한국'의 청사진을 비교적 상세히 밝혔다. 그 동안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등 모호하다고 비판 받던 대북 정책의 방향성과 콘텐츠를 선명히 했는데, 특히 '일반 주민을 통한 북한의 변화'를 통일준비 방법론으로 상정한 것이 특징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인도적 문제 해결 ▲민생 인프라 구축 ▲동질성 회복 등 드레스덴 3대 대북 제안은 모두 북한 주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도적 문제 해결 과제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가 거론됐고, 경제협력 분야도 당국 차원이 아닌 '복합농촌단지'(농업ㆍ축산ㆍ산림 동시 개발) 조성 등 민생 인프라 재건을 지원 대상에 올려 놨다.
'신뢰 지속'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경협의 범위를 확장해 남북 경제공동체를 건설할 경우 신의주를 최적지로 지목한 점도 눈에 띈다. 현재 남ㆍ북ㆍ러가 공동 추진 중인 나진ㆍ하산 물류사업과 함께 신의주를 남ㆍ북ㆍ중 협력모델로 만들어 두 지역을 축으로 한 '북한판 드레스덴'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다만 한 차원 높은 대북 지원은 북한의 비핵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국제금융기구 가입 및 국제투자 유치,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등 북한이 대규모 지원을 얻으려면 먼저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북 지원 방안들은 대부분 국제사회와의 협력과 연계돼 있다. 이번 순방에서 한반도 문제를 국제 이슈화하려 한 박 대통령의 의지가 3대 제안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이산상봉 정례화(국제적십자사), 모자(母子) 패키지 사업(유엔), 농업ㆍ산림사업(세계은행) 등 각종 지원책에는 국제기구가 빠짐없이 조력자로 나선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결단을 전방위로 촉구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 엿보인다. 특히 경제협력 방안에서 제시된 여러 사업들은 '5ㆍ24 대북제재 조치'의 해제를 조건으로 한다. 때문에 청와대도 "국민적 공감대에 기초해 단계적으로 (조치 완화 여부를) 검토해 나가겠다"며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를 남겼다.
걸림돌은 역시 북핵 폐기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이명박정부가 추구했던 '비핵ㆍ개방ㆍ3000' 구상이 참담한 실패로 끝난 점을 감안해 한반도 비핵화 항목을 3대 제안에서 제외했으나 북한 인프라 구축 등은 북핵 문제의 진전이 없으면 착수조차 불가능한 사안이다.
이날 발표한 대북 제안들이 대부분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범주 안에 있어 기대보다는 획기적이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령 이상산봉 정례화나 민간 차원 사회문화 교류 확대,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사업 등은 현 정부 이후 줄곧 언급해 온 단골 소재다. 북한의 농업, 산림, 축산을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올해 통일부 업무보고의 중점 추진과제에 들어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명박정부의 대북 구상에 비해 유연하지만 참여정부의 10ㆍ4선언보다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결국 남북이 비핵화에 관한 입장 차를 어떻게 좁히느냐가 드레스덴 제안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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