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자사주 매입이 이어지고 있다. 동양사태,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등 금융사고가 거듭되면서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고 재임기간 동안 책임경영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20~24일 동안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신한금융지주 1만2,000주(5억6,000만원 규모)를 취득했다. 서 행장은 이번 장내 매수로 총 2만2,000주(10억2,740만원)의 신한금융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도 21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자사주 3,152주(1억1,700만원)를 매입, 총 자사주 보유 주식이 8,000주(2억9,840만원)로 증가했다. 임 회장은 1월에도 자사주 1,200주를 취득한 바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1월 자사주 취득은 KB국민카드 개인정보 유출사고 이후 계열사 전 임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바로 다음날(16일)에 조용히 이뤄진 것으로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 표현이었다"며 "이번 취득도 11번째 계열사로 편입된 KB캐피탈 출범을 앞두고 새 출발을 자신하는 신호"라고 말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3,000주ㆍ1억원),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2,000주ㆍ4억원) 역시 최근 자사주를 각각 취득했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본인뿐만 아니라 임원들에게까지 최근 3년 동안 받은 평균 보수의 일정비율(대표이사 150%, 본부장 100%, 상무보 이상 50%)로 주식을 매입하도록 하는 '임원 주식보유제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를 공표하기도 했다.
CEO의 자사주 취득은 증시에서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들은 위기에 처했을 때 돌파용으로 '자사주 매입 카드'를 종종 꺼내 든다. KB금융의 경우 국민카드의 개인정보 유출로 1월 주당 3만5,900원까지 떨어졌으나 임 회장의 자사주 취득 이후인 28일 3만7,300원까지 회복됐다.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자사주를 보유중인 CEO는 누구일까.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으로 4만7,375주를 보유 중으로 28일 현재 보유주식 가치는 18억5,940만원에 달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은 주주들에게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동시에 하나금융의 발전을 자신한다는 의미에서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왔다"며 "이젠 CEO의 자사주 취득이 주주와 한 배를 탔다는 의미로 정착되면서 트렌드로 자리잡은 듯 보인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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