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가 6년 단임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을 골자로 한 헌법개정안을 마련했다. 어제 강창희 국회의장에 보고된 개헌안은 단임 대통령의 5년 임기를 1년 늘리되 대통령 직선 투표에서 1ㆍ2위 후보자 간 득표율 격차가 1%포인트 미만이고, 1위 후보자가 유효투표의 과반수를 얻지 못할 경우 결선투표를 실시하도록 했다. 또 국회가 선출된 국무총리가 내정을 책임지고, 대통령은 외교ㆍ안보 업무를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권고했다.
■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룰 때만 해도 한동안 개헌 논의는 없을 줄 알았다. 제헌 이래 아홉 번이나 헌법을 고쳤고, 모처럼 국민의 힘으로 이룬 '87년 체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9차 개헌 직후의 '3당 합당'과정에서 내각제 개헌 밀약이 있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의 중요한 토대였던 'DJP 연합'에서도 내각제 개헌이 핵심 연결고리였다. 국민의 지지와는 별개로 적어도 정치권에서는 내각제 개헌론이 대세였다.
■ 이런 흐름은 2007년 1월 임기 말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4년 연임 대통령제'개헌을 제안하면서 크게 바뀌었다. 내각제 논의는 물밑으로 숨어들었고, 그 대신 '4년 중임 대통령제' 도입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 논의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헌 주장이 권력 말기에 제기되는 바람에 의지의 순수성이 의심스러웠던 데다 그때마다 다른 큼직한 정치 쟁점에 묻혀 사그라졌다. 국회의장 주도의 개헌논의를 빼고는 두드러진 움직임이 없었다.
■ 2006년 당시 김원기 국회의장은 내각책임제나 대통령 권한을 쪼개는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을 제안했다. 2009년 당시 김형오 의장의 헌법연구자문위는 이원집정부제나 4년 중임 정ㆍ부통령제 중 양자택일을 제안했다. 이번에 개헌안도 간선 총리와 직선 대통령의 권력 배분이란 측면에서는 이원집정부제(변형된 내각책임제) 색채가 짙다. 다만 '6년 단임 대통령제'는 어색할 정도로 새롭다. 매번 이리 바뀌니, 본격적 개헌논의는 아직 멀었음을 알겠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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