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난민기구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에 1,540만명 가량의 난민이 정든 고향을 떠나 떠돌고 있다고 한다. 전쟁과 박해를 피해 떠나온 이들이 겨우 몸을 쉴 수 있는 곳이 난민 캠프다. 하지만 얄팍한 천으로 두른 텐트가 고작인 캠프의 열악한 시설은 난민들에게 되레 병을 옮기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압박하기도 한다.
이런 난민촌에 희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아키타이저닷컴(Archtizer.com) 등에 따르면 최근 난민들의 거처에 새로운 건축이 시도되고 있다. 유명한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난민들에게 더 나은 보금자리를 제공할 캠프를 구상하는데 자신들의 지식을 쏟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비영리 단체인 아키텍처 포 휴머니티(Architecture for Humanity)는 '안전 공간'(Safe Spaces) 프로젝트 캠페인을 시작했다. 난민촌 안에 따뜻하고 안전한 장소를 구상하는 캠페인이다. 아키텍처 포 휴머니티는 삭막하기 만한 캠프와 다르게 난민들에게 위안을 주고 극도의 더위와 햇볕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건축 재료를 고안하고 있다.
보통 난민 캠프의 숙소는 천으로 덮인 텐트이다. 가볍고 싸고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바람을 잘 견디지 못하고 빨리 닳아버린다. 유엔 난민기구는 보다 내구성이 높은 재료를 강구했고, 그래서 만들어낸 게 50%의 캔버스재질과 50%의 면으로 합성된 천이다. 이 밝은 색의 텐트는 강한 햇빛을 반사시켜 내부를 시원하게 하고 강한 비바람에도 잘 견딘다.
파키스탄 난민촌의 경우 낮 온도가 40도까지 오른다. 이때 캠프 내부 온도는 50도까지도 치솟는다. 노르웨이 난민 위원회는 이 더위를 해결하기 위해 쉐이드 네팅(Shade Netting)이라는 디자인을 내놓았다. 텐트들 위로 천막을 하나 더 치는 방식이다. 직접 햇볕을 피할 수 있고 높은 온도에도 최상의 환기를 제공한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아비어 세이컬리는 벌집 같은 외피를 두른 둥그런 텐트를 고안했다. 구불거리는 구조의 직물로 만든 외벽이 바깥의 열을 차단하면서 또 햇빛을 태양에너지로 전환시켜 저장한다. 원하는 크기만큼 줄이거나 늘이기가 편하다. 물론 한번에 접어 이동하기도 간편하다.
야흐야 이브라힘이 고안한 텐트는 고뿔 형태인 인디언 티피 텐트의 윗부분을 잘라낸 듯한 모양이다. 바람에 잘 견디게 하기 위해 대각선의 구조로 둘러쌌다. 이브라힘의 디자인은 기후에 따라 모양을 바꿀 수 있다. 실내는 구성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구획을 지을 수 있어 프라이버시를 유지할 수 있다. 임시변통의 난민촌을 보다 영구적인 집처럼 느껴지게 하는 구조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김연주 인턴기자(이화여대 영문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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