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와 이세돌이 KB리그에서 처음으로 같은 팀 선수로 뛴다. 19세 신예 강호 나현이 올해 처음 1지명으로 발탁됐고, 영재입단 1, 2호 신진서와 신민준이 나란히 3지명으로 뽑혔다.
2014 KB국민은행바둑리그 선수선발식이 26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열렸다. 지난해 우승팀 신안천일염(감독 이상훈)을 비롯해 티브로드(이상훈), 정관장(김영삼), CJ E&M(한종진), 포스코켐텍(김성룡), SK엔크린(최규병), 킥스(김영환)와 신생팀 화성코리요(이정우) 등 8개 팀 감독이 팀 관계자와 함께 참가해 KB리거 40명과 2군인 퓨처스리거 24명을 뽑았다.
올해 KB리그는 지금까지 선수선발 때 적용했던 랭킹시드나 보호선수 규정을 모두 없애고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291명 전원을 대상으로 100% 드래프트 방식에 의해 선수를 선발키로 했기 때문에 이번 선수선발식에서 각 팀 감독들이 어떤 선택을 할 지 많은 관심이 쏠렸다.
선수선발식이 시작되자 지명 순서 1번을 뽑은 티브로드 이상훈 감독이 주저 없이 랭킹 1위 박정환을 지명했고, 김지석과 최철한이 각각 킥스와 화성코리요에 배정됐다. 네 번째로 이세돌이 예상대로 고향팀 신안천일염으로 복귀했고 이후 박영훈, 조한승까지 랭킹 순으로 차례차례 각 팀 1지명 선수가 결정됐다.
여기까지는 일사천리의 진행이었는데 일곱 번 째 정관장의 지명 순서에서 갑자기 장내가 술렁였다. 김영삼 감독이 뜻밖에 랭킹 15위 나현을 1지명선수로 호명한 것. 나현은 지난해 포스코켐텍에서 2지명으로 활약했는데 1년 만에 1지명으로 진급했다. 나현은 최근 열렸던 초상부동산배서 2전 전승을 거둬 한국의 우승에 크게 기여했고, 올 들어 벌써 14승 2패(승률 88%)의 좋은 성적을 기록해 현재 다승 2위를 달리고 있다. 김영삼 감독은 "나현은 오래 전부터 주목했던 선수로 그동안 훌륭하게 자랐고 앞으로 더욱 큰 선수가 될 것으로 기대돼 진작부터 1지명으로 뽑으려고 마음먹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2지명 순서의 하이라이트는 신안천일염의 이상훈 감독이 이창호를 자기 팀으로 모셔간 것. 이창호는 그동안 줄곧 1지명으로 뛰다가 지난해 처음 2지명으로 강등 당했고, 올해 또 랭킹이 17위로 떨어져 자칫하면 3지명까지 밀려날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지존'의 체면을 지켰다. KB리그에서 이창호와 이세돌이 같은 팀 선수로 뛰는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과연 '양이' 콤비가 올 시즌 어떤 활약을 보일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3지명부터는 워낙 비슷비슷한 선수들이 많아 과연 누구를 뽑아야 할 지 각 팀 감독들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마치 바둑 둘 때 초읽기를 하듯 각자 제한시간 60초를 불과 1~2초 남기고서야 비로소 마이크를 드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속출했다. 영재 입단 1호인 2000년생 신진서가 CJ E&M 한종진 감독에 의해 가장 먼저 호명됐고, 잠시 후 영재 2호 신민준이 신안천일염의 부름을 받아 스승 이세돌과 같은 팀에서 뛰게 됐다. 그밖에 류수항. 한승주처럼 지난해 락스타리그에서 활약이 뛰어났던 선수들이 대거 3지명으로 뽑혔다.
올해 선수선발식에서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각 팀 감독들의 어린 선수 선호현상이 여전했다. 그래도 3지명까지는 대체로 랭킹 순으로 선수 지명이 이뤄졌지만 4지명부터는 랭킹이 다소 낮더라도 상대적으로 한 살이라도 어린 기사들이 계속 호명됐다. 이에 따라 홍민표(랭킹 34위), 박정상(랭킹 36위) 등 30대는 랭킹으로 보면 충분히 4지명 선수의 자격을 갖췄지만 각 팀 감독들이 철저히 외면하는 바람에 결국 KB리그에 들어가지 못하고 퓨처스리그로 밀려났다.
올해 입단한 새내기 중에선 입단한 지 한 달 만에 KBS바둑왕전 본선에 오른 김명훈이 정관장의 5지명으로 발탁돼 눈길을 끌었다. 여자기사는 KB리거에 한 명도 지명되지 못했고, 여자 랭킹 1위 최정이 유일하게 퓨처스리그에서 CJ E&M의 3지명으로 뽑혔다.
KB리그 출전선수 40명의 평균 연령은 23.85세. 팀별로는 조한승, 목진석, 한상훈, 김주호 등 실전 경험이 풍부한 고참들을 주로 뽑은 포스코켐텍이 평균 연령 28.8세로 가장 늙었고, 젊은 감독 한종진이 이끄는 CJ E&M(20.8세)이 가장 젊다.
KB리거 중 최연장자는 이창호, 최연소자는 신진서이며, 세대별로는 이창호, 안조영, 목진석, 조한승, 이세돌, 김주호 등 30대가 6명이고 나현, 한승주, 황재연, 김진휘, 변상일, 김명훈, 이동훈, 신민준, 신진서 등 10대가 9명, 나머지는 모두 20대다.
2014 KB국민은행바둑리그는 4월 7일 개막식을 갖고 10일부터 신안천일염과 CJ E&M의 대결을 시작으로 8개월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 8개 팀 감독 소감
◇티브로드 이상훈 감독 = 원하는 선수를 모두 뽑았다. 특히 드래프트 순서 1번을 뽑아 박정환을 데려 와서 만족스럽다. 지난해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으니 올해는 반드시 우승하겠다.
◇킥스 김영환 감독 = 1년 쉬고 돌아왔으니 두 배로 열심히 하겠다. 우리 팀엔 어린 선수들이 많아 경험이 부족하지만 팀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화성코리요 이정우 감독 = 코리요는 2008년 화성에서 화석이 발견된 한반도 최초의 뿔공룡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이름이다. 신생팀이므로 올해는 포스트시즌 진출 정도면 만족이다.
◇신안천일염 이상훈 김독 = 우리 팀의 상징인 이세돌을 다행히 다시 지명했고 아울러 이창호까지 보유할 수 있어서 대만족이다. 노장과 신예의 조화를 이뤄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정상을 밟겠다.
◇SK엔크린 최규병 감독 = 우리 팀은 말 잘 듣고 열심히 노력할 만한 선수들만 뽑았다. 감독의 지휘에 잘 따라서 열심히만 하면 다들 기대하는 만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포스코켐텍 김성룡 김독 =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상황이 절박한 선수가 실전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 한다. 그래서 돈 쓸 데가 많은 중견들을 많이 뽑았다. 모쪼록 많이 이겨서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
◇정관장 김영삼 감독 = 1지명 나현 선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작년에 모두가 정관장을 우승팀으로 지목했지만 뜻대로 잘 안 됐다. 올해는 목표를 겸손하게 플레이오프 진출 정도로만 잡겠다.
◇CJ E&M 한종진 감독 = 저의 목표는 두말 할 것 없이 옆에 계신 두 이상훈 감독을 꺾는 것이다. 주장 강동윤이 최근 바둑리그서 그다지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올해는 분명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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