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는 한 블록 건너 하나씩 커피전문점이 있다. 커피를 얼마나 마신다고 이렇게까지 됐나 싶지만 이젠 커피전문점이 없으면 불편함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도시에서 한 발만 벗어나도 커피전문점이 있기는커녕 다방이나 제과점도 드물다. 지금의 기형적인 커피 소비 행태는 도시와 도시인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가가 만든 잉여생산물이 새 시장을 형성했고 도시가 이를 적극 흡수했다.
도시인이 자신의 의지로 제품을 소비하고 생활방식을 조절하고 인간관계를 맺는 듯 보이지만 실은 도시의 큰 틀을 만드는 집단권력이 그것들을 좌우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앙리 르페브르가 1967년 주장한 '도시권'을 저자가 다시 들고 나온 이유다. 도시권은 '도시를 마음 속 바람에 가깝게 바꿔나가고 재창조할 권리'를 말한다.
대다수 도시인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갇혀 먹고 살기 위해 순응해왔고 그 과정에서 도시권은 무시됐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를 개조할 자유는 우리가 누려야 할 인권 중에서 제일 귀중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도시권은 이미 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도시권 붕괴의 여파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불평등으로 인해 시위와 내전이 빈발하고, 금융 시스템은 수시로 빨간 불을 켜대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어처구니 없게도 도시권 붕괴는 또 다른 형태로 지속된다. 바로 사유화다. 한편에서 철거민의 메아리 없는 외침이 계속되는데, 사설 경비까지 두고 요새마냥 담을 쌓은 부유층의 저택이 공동의 공간인 도시 곳곳에 존재하는 게 타당한지 책은 묻는다.
사막 한가운데 축구장보다 큰 실내 스키장을 만든 도시를 '세계 최고의 관광명소'니 '도시 운명을 바꿀 것'이니 하며 찬양하는데 염증을 느낀 독자라면 너끈히 공감할 책이다. 그러나 '반란' 이상의 대안을 기대하기엔 아직 이른 듯하다. 월가로 대표되는, 도시권 붕괴를 가져온 시스템에 민중이 맞서야 한다는 데서 책은 덮인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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