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가르치는 예수는 기적을 행하고 인류를 위해 죄 없이 십자가에 달려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예수는 '사람의 아들'이 아닌 신이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예수는 미스터리한 존재다. 이성의 눈으로는 예수가 행한 기적과 부활을 믿기 어렵고 그가 실존 인물인지도 아리송하다.
이슬람교에서 개신교로 개종한 이란 출신 종교학자 레자 아슬란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예수는 정치적 혁명가"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한다. 예수의 전기 (2013)을 통해서다.
저자는 신적인 존재인 '예수 그리스도'를 벗어나 유대의 독립과 민중을 위해 싸운 혁명가 '나사렛 예수'의 면모를 제시한다. 성서를 읽을수록 마태ㆍ마가ㆍ누가ㆍ요한 4복음서가 증언하는 예수의 모습에 회의가 들었다는 저자는 20여 년간 성서 연구에 매달려 생존 인물로서의 예수, 즉 기독교가 생기기 이전의 예수를 만났다.
그가 만난 예수는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세상 질서를 완전히 뒤엎어야 한다고 외친다. "너희는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려고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려고 왔다"는 마태복음 10장 34절처럼. 저자는 예수가 로마제국을 멸망시키고 하나님의 나라를 회복하기 위해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웠음을 외치며 민중운동을 일으키다가 로마 당국에 의해 처형된 '열성(젤롯)'적인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왜 4복음서 기자들은 예수의 혁명적 성격을 애써 누그러뜨렸을까. 저자는 4복음서가 서기 66년 유대인들의 반 로마 폭동 이후 저술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로마 군병은 폭동 진압에 나서 서기 70년 '통곡의 벽'만 빼고 예루살렘을 초토화했는데 이때 유대인 수만 명이 살육되고 생존자들도 사슬에 묶여 도성 밖으로 끌려 나갔다.
저자는 "유대인 반란이 진압된 70년 이후 기록된 복음서들은 로마인이 믿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예수에게서 유대 혁명가 이미지를 지우고 대신 그를 세상일에 아무 관심 없는 평화주의적 영적 지도자로 탈바꿈시켰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300년 후 로마가 기독교를 제국의 종교로 공인하게 됐다는 것이다.
"'정치적 혁명가'라는 낯선 예수의 모습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평소 우리가 가졌던 선입견을 재고하고 그의 진정한 메시지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종교학과 명예교수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국 그리스도인들 대부분이 예수가 정치와 무관하다고 본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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