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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급속한 흡수통일로 시행착오… 남북협력 구축, 통일비용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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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급속한 흡수통일로 시행착오… 남북협력 구축, 통일비용 줄여야"

입력
2014.03.2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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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우위에 따른 급속한 흡수 통일 탓에 독일은 통독 이후 24년간 숱한 오류와 상당한 사회ㆍ경제적 비용, 인간적 희생을 감내해야 했다."

독일 예나 프리드리히실대에서 독일 통일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동기(48ㆍ사진) 강릉원주대 사학과 교수는 2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의 시행착오를 무시하고, 눈앞에 보이는 안정적 상황에만 주목하는 것은 위험하고 무용하다"고 말했다. 또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광범위한 대중 참여에 기초한 공동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일방적 통일준비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구 서독이 추구한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방식의 통일전략이 주효했다고 보나.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지만, 당시에도 전범국(戰犯國) 독일은 통일 이야기를 못 꺼냈다. 주변국 반대 때문이었다. 헬무트 콜 서독 총리가 주변국과 상의 없이 독일 민족에게 통일을 결정할 자주권이 있다는 '10개조 통일 강령'을 내놓은 것도 자극 요인이 됐다. 고르바초프(당시 소련 대통령)가 격노했고, 미테랑(프랑스 대통령)과 대처(영국 총리)도 '수용 불가'를 외쳤다. 아버지 조지 부시(미국 대통령)만 지지할 뿐이었다. 독일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탈퇴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미국은 독일의 통일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주변국과의 화해만큼 중요한 것이 독자적 동력이다. 서독은 동독과의 관계에서 냉전이나 대미 동맹과 상관없이 꾸준히 고유하고 독립적인 활력을 유지했다."

-독일과 우리의 상황이 다른데, 결과만 보고 통독 모델을 차용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동독보다 북한이 더 폐쇄적ㆍ억압적이고 인권 유린도 심한 게 사실이다. 그래도 우리는 악마와 춤춰야 한다. 춤을 안 추면 언제 주먹이 날아올지 모른다. 적대적이거나 범죄 국가로 낙인 찍어선 안 된다. 표현과 시기를 고르는 데에도 신중해야 한다. 그러다 협력 관계가 정착되면 실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실용적 비판이 가능해진다. 서독의 '전략적 인내'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은 독일 경제가 잘 나가지만 통일 비용 문제가 통일과정 내내 발목을 잡았다.

"통일 비용을 결정하는 건 어떻게 통일하느냐다. 천문학적 통독 비용의 3분의1은 동독 실업자에게 지출된 사회복지기금이었다. 또 동독의 사회간접자본을 재건하는데도 많은 돈이 투입됐다. 90년 이뤄진 1대1 화폐 통합으로 경쟁력이 약한 동독 기업이 궤멸되면서, 동독 경제 재건에 돈을 쏟아 부은 셈이다.

따라서 우리는 남북간 다양한 협력구조 구축에 착수해야 한다. 통일 이후 북한 경제가 어느 정도 유지될 경우 실업률이 폭등하지는 않을 것이다. 철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도 두고두고 필요한 것이다."

-대북 투자가 실현 가능한 일인가. 분단 이후 60년 넘게 왕래가 전무하지 않았는가.

"북한 지도부도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한편 주민들에게 제한적으로 이익이 돌아가는 걸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스스로 창출하지 못하는 이익을 얻기 위해 시간이 지나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독일 드레스덴 연설에서 나올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에는 무엇이 담겨야 할까.

"유럽의 경험을 들여다 보면 냉전과 분단 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특정국이나 체제의 완고한 정책이나 입장보다 오해와 공포인 경우가 많다. 대북 메시지는 오해와 공포를 불식시키도록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구성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 선의가 오해 없이 전달될 수 있다. 내용은 협력 관계의 안정성과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야 한다. 가령 개성공단의 안정적 구축 방안을 마련하자, 금강산 문화 교류를 정례화하자는 식이다. 제안은 적극적일수록 더 좋다."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을 연설 장소로 고른 이유는 뭔가.

"드레스덴의 상징성은 두 가지다. 라이프치히와 함께 동독에서 민주화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난 대표적 도시다. 또 하나는 콜 전 서독 총리가 동독 대중과 함께 통일을 달성할 수 있겠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갖게 한 도시라는 것이다. 콜이 89년 12월 드레스덴을 방문했는데 시민들이 "독일"과 "헬무트"를 연호했다. 이들이 통일을 원한다고 확신한 콜은 '급속한 통일'로 정책을 전환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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