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도서관 친구들'은 내부 갈등 중이다. 소규모 동네 도서관들의 운영을 돕는 이 단체는 그간 시민회원 6,000여명의 적극적인 참여로 시민단체들에게 본보기가 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여희숙(53ㆍ여) 당시 대표가 8,000만원을 해외 도서관 지원금으로 지출하겠다고 통보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일부 회원들은 "앞선 총회에서 1,000만원을 쓰기로 해놓고 협의도 없이 갑자기 금액을 늘렸다"고 주장하면서 여 대표의 일방적인 단체 운영에 반기를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지난해 6월 여 대표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부금민간단체로 신청하는 안건을 준비 부족을 이유로 철회했다. 이에 김동규(44) 사무국장은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새 운영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여 대표는 지난해 10월 임시총회를 앞두고 사퇴했지만 단체 운영에 필요한 자료들을 김 국장에게 넘기지 않았다. 여 대표는 자료를 올해 2월 총회에서 선출된 새 대표에게 넘겼지만 김 국장측은 "불법 총회에서 선출된 대표를 인정할 수 없다"며 여 전 대표를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다.
시민단체들이 권력화된 일부 대표의 독선과 횡포로 내홍을 겪고 있다. "민주주의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정작 내부에서는 그 가치를 지키지 않는 시민단체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늘고 활동반경이 커지면서, 비대해진 권력의 부작용이 표출되는 것이다.
올해 1월에는 비정규직 채용에 문제제기를 한 활동가를 해고한 평화박물관의 행태가 비민주적이라며 소속 활동가 6명이 동반 사직하기도 했다. 평화박물관은 2006년 출범한 반전ㆍ평화운동 단체다.
2007년 A시민단체 대표의 공금유용 의혹을 제기했다가 단체를 나오게 된 활동가 김모(49)씨는 "시민단체들의 정관을 보면 자기 감시와 정제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며 "수사기관도 시민단체 내부의 일이라면 쉬쉬하기 마련이어서 일반 회원들이 대표를 견제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장은 "대표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은 대개 불투명한 회계에서 비롯된다"면서 "회원들이 믿을 수 있도록 입출금 내역을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강제할 장치를 시민단체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센터장은 "문제가 발생한 시민단체를 등록 취소할 정도의 강력한 법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규태 미국 협회임원소사이어티(ASAE) 한국사무소 대표는 "한국 시민단체들은 수직적인 위계질서로 인해 대표에 권력이 집중돼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표와 회원 모두 단체 설립 목적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반론보도문]
한국일보는 3월 28일자 11면 ‘시민단체들, 독단적 대표와의 전쟁’ 제하의 기사에서 ‘도서관 친구들’ 전 회장 여희숙씨가 지난해 4월 해외 도서관 지원자금으로 8,000만원을 지출하겠다고 통보하여 갈등을 일으켰으며, 사무국장이 여 회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여희숙 전 회장은 당시 해외도서관 지원을 위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5,000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며, 일방적으로 통보한 바는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당시 사무국장이 여 전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고발 건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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