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IT서비스 기업인 텐센트의 한국상륙이 속도를 내고 있다. 아직은 국내 IT업체에 대한 지분투자 수준이고 든든한 글로벌 자본을 유치한다는 긍정론이 많지만, '호랑이를 불러들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텐센트는 현재 게임사, 모바일광고회사, SNS회사 등 10여 개사에 투자하고 있으며 투자금액은 조(億) 단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국내 7개 게임개발사에 투자 한 것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모바일 광고플랫폼 회사, 2012년에는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에 720억 원을 투자하며 이 회사 2대 주주에 올라섰다. 이어 지난 26일 CJ그룹 계열 CJ게임즈에 무려 5억 달러(약 5,300억원)을 투자, 우리나라 게임업계 사상 최대의 해외자본유치 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텐센트는 CJ게임즈의 지분 28%를 확보해 3대 주주에 올라서게 됐다. CJ E&M은 게임사업부문인 넷마블을 100% 물적 분할해 CJ게임즈와 통합시키고 통합법인 'CJ넷마블'(가칭)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권영식 CJ게임즈 대표는 "텐센트 플랫폼은 중국에서만 수억 명이 쓰고 있다. 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텐센트는 주식 시가총액만 1,5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거대 기업이다. 1998년 설립돼 PC 채팅 서비스인 'QQ메신저'를 만들었는데, 이용자 8억 명을 확보해 '대박'을 냈다. 이후 온라인 게임 유통에 주력했고, 모바일메신저인 '위챗'(wechatㆍ 웨이신)을 만들어 6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위챗은 가입수로만 따지면 세계 1위 모바일메신저 업체다. 작년 매출은 10조5,000억원에 달했다.
사실 텐센트와 국내 게임업계의 관계는 오래 전부터 긴밀했다. 텐센트는 QQ메신저로 확보한 이용자를 게임플랫폼인 'QQ게임스'로 연결해 중국 내 게임 유통사 역할을 했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이를 통해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며 단일게임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국내 게임사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도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도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텐센트는 이런 사업모델을 모바일에도 적용해 위챗을 통한 게임 유통을 계획하고 있다. CJ게임즈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이유도 이 회사의 모바일 게임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고, 게임 콘텐츠의 원활한 확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자본력이 취약한 국내 게임업계로선 텐센트의 돈과 유통망이 큰 매력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우리나라의 우수한 '콘텐츠 기획력'이 새나갈 것이란 우려도 높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국내 게임사가 진출하려면 반드시 중국회사를 통해야 한다는 법이 있는데 텐센트는 이를 이용해 한국의 우수한 게임들을 독점 공급하며 성장했다"며 "결국은 게임유통에 그치지 않고 직접 게임콘텐츠를 키우려고 할 텐데 우리로선 큰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따지고 보면 텐센트를 한국의 온라인 게임이 키워준 것인데, 국내에 들어와 큰 손이 되니 호랑이를 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텐센트의 위챗은 '카톡'의 사업모델을 그대로 따라 했으며, 이 때문에 자본투자를 단행한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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