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적합업종 신규지정을 놓고 '골목상권' 갈등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에 대기업과 중소업계가 가장 뜨겁게 맞서고 있는 지점은 예식장과 병원침대다.
중소 예식업체들은 CJ푸드빌, 삼성에버랜드, 한화 호텔&리조트, 아워홈 등 대기업들의 예식장 사업진출이 본격화된 2012년 하반기부터 매출이 평균 40% 급감했다며 동반성장위원회에 적합업종지정을 신청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저가형 예식장'을 표방하며 2012년 하반기부터 영업을 시작한 CJ푸드빌의 예식장 '아펠가모'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반위는 조정협의체를 꾸려 협의에 들어갔지만, 양측 주장이 워낙 팽팽히 맞서고 있어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최대 쟁점은 연회비(밥값)다. 현재 중소예식업체의 1인당 연회비는 3만원대(강북권 3만1,000원ㆍ강남권 3만7,000원)인데, 아펠가모는 4만~5만원대의 연회비를 책정하고 있다. 한 중소예식업체 관계자는 "아펠가모가 2만원 정도 비싼 것처럼 보이지만 프로모션가격 등을 감안하면 예식장이용객이 실제 지불하는 금액은 중소예식업체와 큰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동네 예식장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중소예식장의 경우 2012년 433건이던 예식건수가 지난해 268건으로 줄었고, 서초구의 한 예식장 역시 2012년 656건에서 지난해 580건으로 감소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두 군데 모두 아펠가모 광화문점과 반포점 인근에 있는 예식장이다. 따라서 중소예식업체들은 현재 4만원대인 아펠가모의 연회비를 5만~6만원대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CJ푸드빌 측은 "전국에 아펠가모는 단 3개 밖에 없다. 3개 밖에 없는 예식장 때문에 중소예식장 전체가 고사위기에 놓였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한 관계자는 "호화예식문화의 거품을 빼기 위해 중저가형 예식장을 표방한 것"이라며 "연회비를 올리면 결국 소비자 부담만 커지게 된다"고 난색을 표시했다.
의료가구제조업(병원 침대)을 둘러싼 공방은 더욱 복잡하다. 현재 병원침대는 수동침대 위주에서 전동침대로 바뀌는 전환기인데, 퍼시스 등 일부 유명 중견가구회사들이 시장지배력을 급속히 높여가고 있다. 때문에 중소의료기기업계에선 동반위에 의료용 전동침대의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한 상태다.
실제로 2012년 전동침대 시장에 진출한 퍼시스는 1년 만에 공공조달시장에서 40%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소업체들은 퍼시스가 20만원 정도 낮은 원가를 무기 삼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동반위의 중기적합업종과 함께 ▦공공조달시장 참여금지대상(중기간 경쟁품목) 지정을 동시에 신청했다.
하지만 퍼시스 측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퍼시스 관계자는 "미국 힐롬, 일본 파라마운트 등 전동침대시장의 30%를 외국회사가 잠식한 상황에서 국내 중견기업들의 시장진출만 막는다면 역차별은 물론 결국 국내산업 경쟁력만 떨어질 것"이라며 "지정된다면 규제개혁위원회에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