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노역'으로 논란을 빚은 허재호(72) 대주그룹 전 회장의 숨겨진 재산을 찾기 위해 검찰이 친인척과 측근 등 전방위 추적 조사에 나섰다. 검찰은 특히 2007~2008년 계열사들로부터 수천억원을 빌린 모기업 대주건설이 2010년 10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없이 부도 처리되는 과정에서 허 전 회장이 측근 등을 통해 비자금을 은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 김종범)는 27일 허 전 회장이 대주건설을 통해 그룹 계열사로부터 거액을 조달하는 과정에 허 회장의 횡령이나 배임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비리 관련 혐의를 확인해 은닉 재산을 찾아내겠다는 의도다.
실제 계열사인 대한시멘트와 대한페이퍼텍이 회사 자금을 대주건설에 빌려준 과정을 살펴보면 석연찮은 대목이 많다. 두 회사는 2007~2008년 법인세를 낼 돈도 남겨 놓지 않은 채 담보도 없이 대주건설에 2,750억원을 빌려줬다. 그러나 대주건설은 2008년 외부 회계감사 당시 차입금 등 회계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해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09년 대한시멘트 등의 법정관리를 담당한 광주지법 파산부는 회계보고서 등을 검토한 결과 대주건설이 빌린 돈 중 일부가 허 전 회장에게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법원에 회계보고서를 낸 공인회계사는 "허 전 회장에게 상법상 특별배임 혐의가 있다"고 했다.
대주건설의 부도 처리 과정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주건설이 당시 법정관리 절차를 밟았다면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 최소 수백억원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이를 포기했다. 대한페이퍼텍은 2011년 한솔제지에 419억원에 인수됐다. 당시 광주지법 파산재판부장으로 대한시멘트 등의 법정관리를 맡았던 선재성 사법연수원 교수는 "그룹 자금 사정을 들여다 본 결과, 당시 대주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허 전 회장의 비자금 등 문제가 드러날 가능성이 커 회사를 공중분해시켰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대주건설 부도 전후 이뤄진 그룹 계열사들간 돈 거래 등 자금흐름 전반을 조사 중이다. 또 허 전 회장이 부인 황모(58)씨가 회장인 ㈜HH레저의 주식과 본인 소유의 건물관리비를 친인척 및 측근 명의로 세탁한 뒤 비자금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실제 그는 광주 금남로의 한 빌딩(3~7층) 건물관리비(월 1,000만원)를 2010년부터 대주그룹 전 직원의 계좌로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허 전 회장이 부인과 자녀는 물론 친인척, 측근을 통해 재산을 관리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돈세탁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허 전 회장 주변을 전방위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도 허 전 회장이 도피했던 뉴질랜드 현지 조사를 벌이는 등 해외 은닉 재산 파악에 나섰다.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본청 징세법무국 숨긴재산무한추적팀 조사 요원들을 뉴질랜드에 파견해 은닉 재산 일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광주지방국세청은 경기 광주시 오포읍에 있는 6만5,115㎡ 규모의 땅에 대해 허 전 회장이 실소유주임을 확인하고 최근 공매 절차에 들어갔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 부지의 감정평가액만 300억원에 달한다"며 "이미 압류한 재산만으로도 세금 징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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